'에위니아' 물난리에 공무원은 없었다

입력 2006-07-11 11:11:41

태풍 복구는 뒷전(?)…한나라 전당대회에 '우르르'

10일 오전 출근길에 나섰던 회사원 손정일(35·대구 북구 동변동) 씨는 고민에 휩싸였다. 출·퇴근길에 이용하는 대구 신천동로가 비만 내렸다 하면 곧잘 물에 잠겨 애를 먹었기 때문. 손 씨는 출근길 교통통제 상황을 알기 위해 자신이 사는 동네의 관할 구청 상황실로 연락을 했지만 다른 구 관할 구역의 상황은 알 수 없다는 대답을 들어야 했다.

답답해진 손 씨는 서너 차례나 다이얼을 누르고서야 대구경찰청 교통정보센터에 연락, 통제 구간을 파악할 수 있었다. 손 씨는 "재난종합상황실에 연락하기 위해 몇 번이나 안내를 부탁해야 했고, 교통정보센터라는 곳이 있는 것도 오늘 처음 알았다."며 "관련기관들이 전혀 정보 공유조차 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재난 대비를 하는지 궁금하다."고 발끈했다.

장마와 태풍 영향으로 폭우와 강풍이 몰아친 10일, 시민들은 "너무 답답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교통통제와 침수 등 피해가 속출했지만 행정기관들이 재난 정보의 공유를 외면하고 제각각 대응에 나서면서 재난상황과 정보에 목말라하는 시민들의 불만이 폭주한 것. 심지어 기상상황을 알 수 있는 기상청 홈페이지마저 이날 오전 내내 접속이 되지 않아 시민들의 불편은 더욱 컸다.

교통이 전면 통제됐던 대구 신천 좌안도로 상동교~가창교 구간에 진입했다가 낭패를 겪었다는 이수철(42) 씨는 "시민들이 단편적으로 흘러나오는 방송만 지켜 보고 있을 순 없지 않으냐."며 "재난이 닥칠 때마다 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한다고 해 놓고는 예전과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다."고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오후 성주읍 경산·성산·예산리 등에서도 시가지 곳곳이 침수로 차량통행이 막히고 방안까지 물이 들어차 주민들이 물을 퍼내는 등 큰 불편을 겪었다. 당시 성주읍의 강우량은 오후 1시부터 시간당 15~30㎜에 그쳤으나 읍 시가지의 절반 정도가 침수피해를 입었다.

식당을 하는 김모(45·여·예산리) 씨는 "태풍 루사, 매미 때도 물난리를 쳤다."며 "그동안 하수도 공사를 한다며 땅을 파헤쳐 장사를 못하게 하더니 무슨 공사를 한 건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차를 운행하다 침수로 시동이 꺼져 불편을 겪은 주민은 "도로 곳곳이 물에 잠겨 차량통행이 원활치 못한데도 차를 우회시키거나 안내하는 공무원이 없었다."며 " 침수 예상 피해에 대한 재난 방송은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한 주민은 "근본해결책인 예산리 배수펌프장 설치는 예산이 없다는 성주군이 각종 축제에는 돈을 펑펑 쓴다."며 "주민들의 안정된 생활보다 먹고 즐기는 전시성 행사가 우선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긴박한 상황인데도 복구에 앞장서야 할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정당행사를 위해 대부분 상경해 '민생안전'은 뒷전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김범일 대구시장과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물론, 대구 8개 구청장들과 경북도내 무소속을 제외한 대부분의 자치단체장과 광역·기초의원들은 11일 오후 2시 서울에서 열리는 한나라당 당대표 전당대회 참석차 이날 오전 일제히 상경했다.

이번 태풍으로 사망·실종 각각 1명 등 2명의 인명사고에다 주택 59동이 전·반파 또는 침수되고, 참외 비닐하우스 등 농경지 1천여㏊의 엄청난 침수 피해가 발생한 성주군의 경우 이창우 성주군수와 이창길 성주군의장은 승용차편으로 상경했다. 또 한나라당 고령·성주·칠곡지구당 소속 경북도의원 및 군의원 40명은 이날 오전 관광버스 편으로 상경했다.

반면 청도 이원동 군수는 재해복구를 위해 한나라당 소속 자치단체장으로서는 대구·경북에서 유일하게 당대회에 불참했으며 무소속인 의성, 군위, 고령, 울릉의 자치단체장은 상경하지 않았다.

성주읍 주민 김모(49·성주 경산리) 씨는 "선거가 얼마나 지났다고 주민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사람들이 일손이 시급한 태풍 복구 피해를 외면하고 당 행사라며 우루루 몰려가서야 되겠냐."며 질타했다. 이에 대해 성주군의 한 의원은 "주민들에게 욕 먹을 줄 알지만 공천해 준 당에서 부르니 안 갈수도 없다."고 해명했다.

사회 1.·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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