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모 고교에서 제기된 기말고사 점수 조작 의혹은 단순히 한 학교의 내신 부정 의혹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내신 비중 확대를 골자로 하는 2008학년도 입시체제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진위 여부에 교육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교육부는 내년부터 대입 수시와 정시모집 모두 내신 비중을 50%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지만 고교별 평가의 공정성, 지역·고교 간 학력 격차 등 내신 신뢰도를 두고 대학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 교육부는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평가관리 체계를 엄정히 구축하는 한편 학교 시험문항 인터넷 공개 등 다각적인 방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대학들이 수긍할 정도의 성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이런 마당에 고교 단위의 내신 부정이 사실로 드러나거나 신뢰하기 힘든 학교 내 평가 구조가 확인될 경우 내신 중심의 새로운 입시제도 자체가 불신받는 지경에 이를 가능성도 크다는 것. 이번에 대구시 교육청에 접수된 제보 내용을 살펴보면 대학과 교육계 안팎의 내신 성적 불신 이유들이 그대로 드러난다는 지적이다.
제보에서는 "점수 조작 의혹이 제기된 한 학생의 영어듣기 시험 OMR 답안지 경우 평소 학급 동료들이 아는 것과는 전혀 다른 필적으로 성명란이 적혀 있었다."거나 "또 다른 학생은 틀린 답안을 기재한 것을 보았는데 만점을 받았다."며 다른 학생들의 확인 사실까지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또 의혹이 제기된 한 학생의 경우 "모의고사 성적에 비해 내신 성적이 너무 높다."며 "성적 조작이 아니라고 해도 오랫동안 학생, 학부모들 사이에 쌓여온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조사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교사·학부모 교육단체들은 이번 의혹과 관련 철저한 경위 파악과 처벌이 따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교조 대부지부 측은 "고교 성적만으로 출신대학과 학벌, 나아가 평생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유혹이 교사와 학부모를 압박하고 있는 현실의 반증"이라며 "내신 부풀리기를 조장하는 대학 서열화가 깨져야 한다."고 말했다.
참교육학부모 대구지부 관계자도 "이번 내신 점수 조작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교사 개인이 아니라 조직적인 차원에서 벌어졌을 가능성이 높다."며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교사의 양심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내신 평가의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장치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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