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평등 글짓기 최우수상…경운중 3학년 박소현 양

입력 2006-07-11 07:30:48

"최근에 읽은 책 중에는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경운중 3학년 박소현(15) 양에게서 '연금술사' 얘기를 들은 것은 좀 뜻밖이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휴가 때 꼭 읽고 싶었다는 책으로 꼽은 그 책이 아닌가. 그 뿐 아니라 감명 깊은 구절까지 줄줄 외우고 있을 정도였다. 그는 독서가 학생의 창의력과 사고력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였다.

이달 초 교육부가 주최한 '전국 학생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중학생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차지한 박소현 양을 6일 만났다. 마침 수학 학원에 가는 길이라는 소현 양은 초롱초롱한 눈빛이 인상적 이었다.

"삼촌이 미용사 일을 자랑스레 여기며 일하는 모습이 너무 좋았습니다."

글의 제목은 '삼촌의 당당한 직업, 미용사'. 소현 양은 미용실을 개업한 삼촌이 직접 머리를 해 준 일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며 성별에 차이 없이 자기가 원하는 직업에서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소현 양은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였다. 지난 2월 대구서부도서관 주최로 열린 '골든벨' 대회에서 80명 학생 중 마지막까지 남아 골든벨을 울린 주인공. 영어스피치 대회, 창의력 경진대회, 수학 올림피아드 대회 등 중학교에 올라와 여러 대회에 참가했고, 오는 9월에는 생물 올림피아드에 출전할 계획이다. "대회에 자주 나가는 이유요? 제가 어느 정도 위치에 올라 있는지 알 수 있고 저보다 더 우수한 학생을 보면 자극이 되잖아요."

소현 양을 키운 것은 '독서'. 자기 전에 꼭 15분씩 책을 읽는 습관은 자기와의 약속이었다. 중학교에 올라와서는 좋아하는 생물관련 서적에 푹 빠졌다. 이 분야만 100권이 넘는다고 했다. '당신이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당신이 그것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준다네.' 연금술사'의 이 대목에서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중학교 1, 2학년 때 서부교육청 영재교육원에서 수학, 과학 수업을 받았다. 소 심장을 해부해 본 일은 지금도 가슴이 두근두근한 경험이었다. "백혈병에 걸린 친한 친구를 보고 생명공학자가 되기로 마음먹었어요. 제 꿈에 한 발 한 발 다가가고 있는 것 같아 공부도 힘들지 않아요."

최병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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