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결산)수비 축구, 세계 축구 흐름 지배했다

입력 2006-07-10 10:14:10

이탈리아의 품에 안긴 2006독일월드컵대회는 갈수록 단단해져가는 수비 축구의 위력으로 창의적이고 화려한 공격 축구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흐름을 나타냈다. 우승팀 이탈리아는 전통적으로 수비가 강한 축구를 구사하지만 이번 대회에선 더욱 안정된 수비를 바탕으로 우승컵을 품에 안을 수 있었다.

독일월드컵대회의 그라운드 위에선 포 백과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두는 팀들이 많았고 이는 4-2-3-1 전법이 하나의 중심적인 전법으로 채택되면서 중원부터 전투하듯이 강하게 몸으로 부딪히는 거친 수비의 경향을 더욱 두드러지게 했다. 이기기 위해서, 혹은 지지 않기 위해서 수비에 중점을 두어 안정화시키는 전략은 독일월드컵대회 이전부터 나타난 현상이지만 독일월드컵에선 더욱 강하게 나타났던 것이다.

그래서 공격수들의 창의적이고 아름다운 플레이를 보기가 힘들어지고 있다. 물론 전통적으로 이러한 플레이를 구사하는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 같은 팀은 이번 대회에서도 자신들의 장점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아르헨티나가 조별리그에서 세르비아 몬테네그로를 6대0으로 이긴 경기라든지, 브라질이 16강전에서 가나를 3대0으로 이긴 경기는 창의적인 공격 축구의 아름다움을 잘 구현한 경기였다.

그러나 아르헨티나는 독일과의 경기에서 선제골을 넣은 뒤 자신들의 장점인 공격 축구를 포기하고 수비 위주로 경기하다 덜미를 잡혔고 공격력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보였던 브라질은 프랑스에 불의의 일격을 당한 뒤 프랑스의 수비를 뚫지 못해 8강에 머물고 말았다.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둘 정도로 수비를 강화시킨 이탈리아, 프랑스 같은 팀들이 두각을 나타냈으며 4강까지 올랐던 독일과 포르투갈 등도 끈끈한 수비망을 구축한 팀들이었다.강한 수비와 함께 훌륭한 개인 기량을 바탕으로 강한 수비를 뚫을 수 있는 공격력을 지닌 팀들이 결국 우승을 노릴 수 있었다.

수비 조직력이 탄탄한 스위스가 16강에서 그쳤거나 승점 4점을 올리고도 16강에 진출하지 못한 한국, 8강 벽 앞에서 무너진 가나 등은 창의적 공격력, 개인 기량, 골 결정력 등이 부족해 더 이상 나아갈 수 없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출전국 대부분은 이처럼 공·수에서 정상급 기량에 미흡, 조별 리그 후 짐을 싸야만 했다.

이와 함께 유럽 팀이나 전통의 강호에 우호적인 심판의 편파 판정 논란, 레드 카드를 남발해 경기 흐름을 끊거나 일부 폭력적인 경기가 빚어진 현상 등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상업화, 이로 인해 축구의 순수성이 많이 훼손됨으로써 세계 축구팬들의 공분을 불러 일으켰다.

수비의 강세로 인해 공격수들이 골을 넣기는 매우 힘들었다. 이번 대회는 경기당 득점이 2.점으로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대회 이후 최소 득점을 기록할 정도로 골을 넣기가 힘들었으며 재미없는 경기가 많았던 대회였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공격 축구를 유도하기 위해 오프 사이드 규정을 완화하거나 반발력이 좋은 대회 공인구, 팀 가이스트를 사용하도록 했지만 소용없었다. 득점왕을 차지한 독일의 미로슬로프 클로제는 겨우 5골로 득점왕에 올랐고 이 중 4골은 비교적 덜 힘든 상대들과 싸운 조별 리그에서 기록한 골들이었다. 그나마 클로제와 티에리 앙리(프랑스), 루카 토니(이탈리아), 호나우두(브라질) 등은 강한 수비의 틈 속에서 위치를 찾아가고 골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보여주었다.

이에 비해 호나우지뉴(브라질), 안드리 셉첸코(우크라이나), 데쿠(포르투갈), 뤼트 판 니스텔루이(네덜란드), 파벨 네드베드(체코) 등은 명성 만큼의 기량을 보여주진 못했다. 새롭게 나타난 스타는 루카스 포돌스키(독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 등 소수에 지나지 않았고 기존 스타들이 그라운드를 지배했다. 지네딘 지단, 파트리크 비에라, 릴리앙 튀랑(이상 프랑스), 루이스 피구(포르투갈), 호베르투 카를로스, 카푸(이상 브라질), 올리버 칸(독일), 네드베드 등 한 시대를 이끌었던 스타들은 이번을 마지막으로 월드컵 무대 뒤편으로 사라지게 됐다.

김지석기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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