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좌파후보 '거리의 대통령' 선언

입력 2006-07-10 09:31:42

"폭스 대통령은 민주주의 배신자"…가두시위 촉구

멕시코 대선의 좌파후보가 '거리의 대통령'이 될 것임을 선언했다.

최근 치러진 대통령 선거의 당선자 확정 발표가 오는 9월6일까지 연기된 가운데그 이후에도 전국적인 '대선 불복종 가두시위'를 포함한 광범위한 반정부 집회를 예고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좌파 민주혁명당(PRD)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선후보는 8일(현지시간) 수도 멕시코시티 소칼로 광장에서 40만명(좌파진영측 주장)을 집결시키며 '거리의 대통령'으로서 첫 일정을 시작했다. 그는 전체 투표자수가 4천100만에 달한 이번 대선에서 불과 24만4천표차, 0.57% 포인트 차로 집권 국민행동당(PAN) 펠리페 칼데론 후보에게 패배한 것으로 나타난 선거관리위원회 공식 집계 결과를 지금은 물론 '영원히' 인정하지 않을 태세다. 그는 연방선거재판소 제소는 물론이고 대법원에도 대선개표 불복 소송을 제기할것임을 천명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후보는 이날 지지자들에게 행한 연설에서 멕시코 '민주주의후퇴'에 맞서 평화적으로 계속 시위를 벌여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9일 법정 소송을 제기, 자신에게 패배를 안겨줬다고 굳건히 믿고 있는 선거부정 행위를 밝혀내기 위해 4천100만장 투표 용지를 '한 장 한 장' 재검표하도록 공식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종국적으로 자신에게 불리하게 나타날 수 있는 재판소 최종 판결을 수용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직접적인 응답을 계속해 피했다. 그러면서도 "우파 쪽의승리는 도덕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날 그는 비센테 폭스 대통령을 '완전한 민주주의 배신자'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폭스 대통령이 칼데론 후보 승리를 위한 '선거공학'을 위해 선관위와 결탁해 음모를 꾸몄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나아가 그는 폭스 대통령이 지난 2000년 선거에서 그때까지 계속된 선거부정 행위에 대한 멕시코인들의 분노로 '71년만 정권교체' 신화를 일궈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선에서 스스로 이에 역행하는 배반 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는 앞으로 선거재판소 당선자 확정 선언 이후에도 시위가 계속될 것임을 강력시사하고 있다. 따라서 칼데론 후보의 차기 정부에서 정국불안이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칼데론 후보는 벌써 연정 구성 입장을 밝히며, 시민들 및 정치세력간 단합과 화해를 강조했다. 그는 경쟁자 로페스 오브라도르 후보를 신임 각료로 임명하겠다는 제안도 했다. 이는 좌파 지지층의 정치적 열망이 그만큼 강하고 그 역시 이를 인정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칼데론 후보의 핵심 보좌관인 아르투로 사루칸도 "오직 연정 구성만이 멕시코를전진시키는 데 필요한 합의와 대화 그리고 포괄적 제안을 할 수 있다"며 "그렇지 않다면 뭔가를 이뤄낼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우파 진영이 '거리의 대통령' 로페스 오브라도르를 대통령궁 안으로 모셔(?)오는 데 성공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차기 연방의회도 주요 3당간 세력이 팽팽한 가운데 여소야대의 대치정국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이번 선거에서 힘을 발휘한 것으로 분석됐던 '정치보다는 경제' 논리가 대선개표 이후에도 효력을 발휘할 지는 전혀 알 수 없는 일이다.

이번 개표 과정에서도 드러났지만 좌우파간 첨예한 대립의 골은 선거부정 논란과 합쳐져 더욱 깊어지고 있다.

작년 중반 로페스 오브라도르 후보를 탄핵 위기에서 구해낸 폭발적 '민중시위' 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당시 수도 멕시코시티 도로를 인산인해로 가득 채운 지지자들의 수는 무려 100만을 넘었다. '민중혁명'이란 말이 나올 정도였다.

정계 입문 초기 원주민 권익옹호에 앞장선 이른바 '운동권 출신'인 그에 대한 멕시코시티 시민의 지지율은 한때 84%에 달했다. 이처럼 민중세력을 대표하는 그로서는 칼데론의 '호의'에 응답할 수는 없다고 봐야 한다.

이와 관련, 저명한 정치분석가 오스카르 아길라는 로페스 오브라도르가 결코 패배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길라는 "선거결과가 지금대로 승인된다고하면 그는 정부를 비난하는 영원한 시위를 벌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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