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프랑스 꺾고 독일 월드컵 우승

입력 2006-07-10 06:13:37

'아주리군단' 승부차기 끝에 24년 만에 정상 등극

12년전 로베르토 바지오가 허공에 날려버린 꿈은 이번에 이탈리아를 배신하지 않았다. 120분간의 연장 혈투끝에 승부차기로 월드컵 주인을 가리게 되자 이탈리아의 '아주리' 전사들은 거침없는 킥으로 골문을 갈랐다. 먼저 차는 순서를 잡게 된 이탈리아는 4대3으로 앞선 상태에서 마지막 키커로 나선 파비오 그로소가 어김없이 골문을 가르는 슛을 갈랐고 이 순간 우승컵의 주인은 이탈리아로 정해졌다.

10일 오전3시 독일 베를린월드컵경기장. '최고의 승부'를 보기 위해 모인 7만2여천명의 관중이 열기를 뿜어내는 속에서 두 팀은 신중하게 볼을 돌리다 격렬하게 맞붙었고 침착하게 전진하다 날카롭게 충돌했다.

프랑스는 전반 7분 플로랑 말루다가 이탈리아 문전을 파고 들다 마르코 마테라치의 반칙으로 페널티 킥을 얻었다. 이날 마지막 경기에 나선 지네딘 지단이 이를 침착하게 차넣자 프랑스 관중들의 환호가 터져 나왔다. 그러나 이탈리아는 페널티킥을 제공한 마테라치가 전반 19분 코너킥을 헤딩으로 연결, 동점골을 뽑아냈다. 36분 다시 피를로의 코너킥을 토니가 솟구쳐 헤딩슛으로 연결했지만 크로스바를 강하게 때리고 말았다.

이탈리아에 다소 밀렸던 프랑스가 후반 들어 날카로운 공격에 나서기 시작했다. 후반 초반 티에리 앙리가 상대 문전 측면에서 막강한 이탈리아 수비수 2~3명을 달고 돌파, 골키퍼 잔루이지 부폰을 긴장시켰고 프랑크 리베리도 말루다와 2대1 패스를 주고 받으며 이탈리아 측면을 무너뜨렸다.

반격에 나선 이탈리아가 후반 16분 날카로운 크로스를 루카 토니가 헤딩 슛으로 골문을 갈랐지만 오프 사이드로 선언됐고 2분 뒤 앙리는 이에 대한 응수로 예리한 슛을 날렸지만 부폰의 정확한 선방에 걸렸다.

강력한 진지를 구축하고 날카로운 창을 거머쥔 두 팀은 좀체로 빈 틈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탈리아의 건장한 원 톱 토니는 공중 경합 과정에서 릴리앙 튀랑을 힘겨워했다. 그러나 프랑스의 파트리크 비에라가 후반 15분 장딴지 부상으로 알루 디아라와 교체돼 나가고 이탈리아가 빈첸초 이아퀸타와 다니엘레 데 로시를 투입하자 이탈리아의 공격이 더 활기를 띠기 시작, 중반 이후 양 팀은 치열한 공방전을 계속 했다. 그러나 체력이 점점 고갈되면서 공격의 날카로움이 빛을 잃었고 90분의 승부는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전·후반 30분의 연장전에 돌입한 이탈리아와 프랑스는 점점 더 견고하게 느껴지는 상대 수비벽을 뚫기 위해 애를 썼다. 연장 전반 14분 프랑스는 윌리 사뇰의 날카로운 크로스가 지단의 머리에 걸리면서 빠르게 문전 안으로 향했으나 부폰이 몸을 날려 펀칭으로 쳐냈다. 연장 후반6분, 지단은 예기치 않게 자신의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 마지막 순간을 맞았다. 자신을 방어하던 마테라치가 자신을 자극하는 말을 하자 머리로 가슴을 치받았고 이는 지단의 퇴장으로 이어졌다. 최고 스타의 마지막 경기는 그에 어울리지 않는 뜻밖의 퇴장으로 마무리됐다.

승부차기에 접어들자 이탈리아 선수들은 월드컵에서 한 번의 성공도 없이 3번의 실패만 있었다는 징크스가 그들의 가슴을 짓눌렀으나 안드레아 피를로, 마테라치가 침착하게 골을 성공시켰다. 프랑스도 첫 키커 실뱅 윌토르가 골을 성공시켰으나 두번 째로 나선 다비드 트레제게의 슛이 크로스바를 맞고 골라인 밖에 떨어졌다. 이탈리아는 로시와 알렉산드로 델 피에로가 잇따라 골을 성공시켰고 그로소마저 침착하게 골문 안으로 공을 차넣어 무겁고 힘겨운 승부에 종지부를 찍었다.

프랑스 선수들은 주저앉아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고 이탈리아 선수들은 환호하며 그라운드를 질주했다. 지단은 그라운드 밖에서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떨구었다.

김지석기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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