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 전 일본에 다녀온 조선통신사 정사 황윤길과 부사 김성일의 풍신수길과 일본에 대한 평가는 상반됐다. 오랜 평화에 길들여진 임금 선조와 조선 정부는 일본과 풍신수길에게서 전쟁의 징후를 읽을 수 없다는 평가를 선택했다. 결과는 조선의 백성을 7년간이나 살육의 공포에 떨게 했다. 임진왜란은 잘못된 평가를 선택할 경우 얼마나 참혹한 결과에 이르는가를 역사적 교훈으로 남겨주고 있다.
○…어제 새벽 동해에 떨어진 북한의 미사일이 우리에게 선택의 고민을 던지고 있다. 당장 대통령 주재 안보장관회의에서는 내주 예정된 남북장관급회담을 예정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과 연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렸다. 국회와 언론의 늑장 대응 비난에 대해 정부는 새벽에 회의를 열어 국민에게 불안을 가중시켜야 하느냐고 맞서고 있다. 시민단체들의 성명전은 임란 이전 조선사절의 평가보다 더 극렬하게 나뉘고 있다.
○…이른바 좌파적 성격의 일부 단체는 미사일 발사를 두둔하고 나섰다. 미국과 일본을 겨냥한 미사일은 북한의 자위적 조치이자 자주적 권리라고 비호했다. 동해 바다에는 우리 어민들이 고기잡이를 하고 있고 하늘로는 우리 항공기가 다니고 있지만 북한은 남한을 겨냥해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일본에 맞선 민족공조의 한판승으로 남북이 힘을 합치면 우리를 건드릴 자 지구상에 아무도 없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그러나 보수단체들은 현 상황을 6'25 전야에 버금가는 위기로 진단하고 있다. 햇볕정책을 비판하며 6'15 남북공동선언문의 폐기를 주장한다. 미사일 발사를 무모한 전쟁놀음으로 본다. 조총련과의 화합을 선언한 재일본 민단은 공동성명을 백지철회한다고 발표했다. 지방조직의 반발이 거센 와중에 발생한 미사일 발사가 결국 조총련과 민단의 화해를 없던 일로 공식화했다.
○…상반된 평가는 가능하다. 그러나 작은 일도 선택은 언제나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라고 한다. 눈 앞의 손쉬움이 후일 후회로 돌아오는 예가 많기 때문이다. 북한을 어떻게 보느냐는 다를 수도 있으나 선택은 가장 나쁜 경우를 가정한 판단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 아직 전쟁 1세대가 살아 있는 데다 북은 우리에게 전쟁의 용서를 구한 일이 없다. 우리를 하나로 묶은 월드컵이 아직 끝나지도 않은 마당에 북한의 미사일이 통합을 분열로 내몰고 있다.
서영관 논설위원 seo123@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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