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국제결혼] ①베트남 여론은?

입력 2006-07-07 07:21:38

요즘 농촌에서는 혼혈 아동이 흔하다. 2000년부터 불기 시작한 농촌총각과 동남아시아 여성들과 국제결혼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의 호적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신고를 한 국제 결혼 건수는 4만2천900여 건. 이들 중 중국동포(조선족)로 추정되는 중국 출신이 59.5%로 1위였고, 베트남, 필리핀, 태국 등 동남아 출신이 17.7%였다. 중국 동포들은 일자리가 많은 대도시나 공단지역에 많았지만 동남아 출신들은 대부분 농촌으로 시집을 가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또 다른 국제화시대의 한 모습인 '동남아와의 국제 결혼', 그 모습을 들여다 본다.

지난 4월 베트남의 뚜어이쩨(유소년) 신문은 1면 머릿기사로 한국남성과 베트남 여성들의 결혼문제를 부정적으로 다뤘다. 이는 국내의 한 신문에서 국제결혼업체가 한국인들과 베트남 여성과의 맞선장면을 보도했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앉아 있는 장면을 꿇어 앉아 있는 것으로 오해한 것도 있지만, 한국인의 제보라며 한국 남성들과 결혼한 베트남 여성들의 어두운 생활상과 한국 남성들의 나쁜 면만 실었다.

또 탱니엔(청년) 신문은 베트남 여성들과 국내 베트남 시민단체인 나와누리 회원 등이 국내의 한 언론사에 몰려가 '베트남 여성은 상품이 아니다.'는 팻말을 들고 시위를 하는 사진과 한국 남성들이 베트남 여성들과 맞선을 보면서 물건 고르듯이 하는 비도덕적인 방법으로 국제결혼을 하고 있다는 국내언론의 보도를 그대로 인용했다.

이어 베트남 여성부까지 전당대회에서까지 국제결혼 문제점을 거론하고 나섰으며 베트남 정부(공안부)는 지난 4월 26일 호치민시에서 개최한 '베트남 여성과 어린이들의 불법매매'라는 주제의 세미나에서 "한국과 대만 싱가포르 등으로 매춘이나 국제결혼을 위해 불법 송출되는 베트남 여성과 어린이의 수가 갈수록 늘고 있다."고 지적하고 강력한 단속을 경고하고 나섰다.

베트남 국내 여론이 심각한 국면으로 접어들자 베트남의 한인사회에도 비상이 걸렸다.

현지 교민 잡지인 짜오베트남은 칼럼을 통해 "세계가 공유하는 정보를 새로운 이웃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 없이 그저 한국인들만 볼 것이라는 생각으로 기사를 작성, 양국정부와 국민들이 쌓아온 공든탑을 일시에 무너 뜨렸다."며 "한국 매스컴의 편향 보도와 흥미위주의 과장 보도행태가 전 교민들을 희생자로 삼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또 "베트남 기사를 작성하기 전에 베트남 의회의 30% 이상이 여성이라는 사실을 알고 여성문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했다."며 "베트남은 어느 나라보다 한국과 가까울 수 있는 조건을 갖춘 곳으로 베트남을 진정한 이웃으로 만들지 못한다면 한국의 국제화, 세계화의 시도는 의미없는 작업이 될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교민회의 한 관계자는 "베트남에 살고 있는 교민들은 미국이나 다른 나라처럼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갖고 생활하는 것이 아니라 비자를 연장하는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며 "이런 현실을 모르는 언론이 흥미위주의 기사를 다루는 바람에 자존심에 상처를 받은 베트남 정부가 결국 교민사회에 화풀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베트남 호치민 한국 총영사관도 국내 언론보도와 한 한국인의 제보로 빚어진 양국간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현지 결혼알선업체 대표들을 불러 불법적인 결혼 알선과 베트남 정부에 혐오감을 주는 집단 맞선을 알선할 경우 비자발급을 중단할 것을 엄중 경고하고 나섰다.

변상순(65) 호치민 사범대학 관장은 "국내 영세 결혼알선업체들이 지인을 통해 무분별하게 회사를 운영하는 바람에 결국 한국인들의 얼굴에 먹칠을 하고 있다."며 "최근 베트남 정부가 불법 결혼알선업체 7개를 적발, 3개회사는 추방하고 4개회사 대표는 수배중"이라고 악화된 형편을 전했다. 또 "국가적인 문제가 걸린 만큼, 국내 언론도 신중한 처신이 필요하며 신장된 국력에 상응하는 성숙한 자세로 이웃나라에 대한 배려가 필요한 때"라며 "힘들게 마련한 세계화의 첫발을 우리는 스스로 돌려 버리는 어리석음을 저질러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호찌민(베트남).마경대기자 kdm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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