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유치원도 가요."
만성신부전의 전 단계인'국소분질성 사구체경화증'을 앓고 있는 김병지(6·대구시 달성군 다사읍 서재리·본지 2005년 11월 2일자 보도) 군. 병지는 이달 초 병원문을 나서 그렇게 그립던 집으로 돌아왔다.
지난 해 10월 마지막 날 취재진이 병지를 처음 찾았을 때는 하얀 병원침대에 누워 괴로워 하던 모습이 너무나 애처럽기만 했었다. 얼굴이 퉁퉁 부은 채 숨쉬는 것도 버거워 했고 가녀린 팔은 무수한 주사자국과 함께 시퍼렇게 멍들어 있었다.
도저히 혼자 일어설 수 없을 것 같았던 병지. 그러던 아이가 요즘 유치원 다니는 재미에 흠뻑 빠져 있다. 예전보다 기력이 많이 회복된 것. 아직 다른 아이들처럼 마음 놓고 뛰어다니지는 못하지만 유치원에서 친구들도 사귀게 돼 얼굴에 웃음꽃이 피는 날이 많아졌다.
아직 염분이 적게 들어간 음식만 먹어야 하고 일주일에 한번 병원에 들러 수혈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병지 부모는 유치원 문을 열고 들어가는 병지를 보며 조금씩 희망을 갖게 됐다. 공사장 막일을 하는 병지 아버지도 한결 어깨가 가벼워졌다.
병지 형 병원(8·초교2년)이도 병지를 끔찍이 위한다. 가족의 시선이 아픈 병지에게만 쏠린 탓에 너무 일찍 철이 들어버린 아이다. 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제 혼자서 밥을 챙겨먹고 학교에 가곤 했다. 병지 어머니 천순희(38) 씨에겐 아직 엄마 품이 그리울 큰 아들을 자주 볼 수 있게 된 것도 기쁜 일.
천 씨는 조금씩 좋아지고 있는 병지 상태를 보며 마음을 다잡는다. "다른 아이들처럼 평범하게 클 수 있으면 뭘 더 바라겠습니까만 큰 욕심은 안 부릴래요. 병지가 현재 상태만 유지할 수 있어도 좋겠어요. 병지가 힘을 내니 저희 부부도 힘이 나네요."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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