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함께-이근식 作 '한 잔의 물을 마시고'

입력 2006-07-06 09:02:30

한 잔의 물을 마시고

이근식

오늘 아침엔 한 잔의 생수를 마신다

서늘하고 담백한 무미의 에너지에서

무한한 생명의 신비가

전신을 타고 흐른다

이마를 짚은 손 그 부드러운 촉감

꿈틀대는 삶과 죽음의 양면성

낮과 밤 사이에서

정갈하게 피가 돌아가고

오늘의 냇물이 흐른다

한 모금의 물이 따사로운 생명으로 변신하는 아침

가는 핏줄 속

맑은 피가 출렁인다

물에서 왔다 한 접시의 물로 돌아가는

이승의 암울한 길목에서

산과 숲, 비상하는 새도

한 잔의 물로 녹아 풀어지고

온 몸에선 여울물소리가 난다.

'삶'과 '죽음'은 인간의 감각으로는 닿을 수 없는 세계라 생각한다. 신(神)의 영역이라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삶과 죽음'은 우리의 몸속에 있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한 잔의 생수를 마셔 보라. 그 순간, '무한한 생명의 신비가/ 전신을 타고 흐르는' 것을 누구나 느낄 수 있으리. 몸의 '생명'을 깨우는 것은 진수성찬이 아니라 한 모금의 물임을 실감한다. '한 모금의 물이 따사로운 생명으로 변신하는 아침'을 우리는 일상으로 맞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몸'을 위하여 얼마나 많은 것을 가지려 하는가.

구석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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