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잔의 물을 마시고
이근식
오늘 아침엔 한 잔의 생수를 마신다
서늘하고 담백한 무미의 에너지에서
무한한 생명의 신비가
전신을 타고 흐른다
이마를 짚은 손 그 부드러운 촉감
꿈틀대는 삶과 죽음의 양면성
낮과 밤 사이에서
정갈하게 피가 돌아가고
오늘의 냇물이 흐른다
한 모금의 물이 따사로운 생명으로 변신하는 아침
가는 핏줄 속
맑은 피가 출렁인다
물에서 왔다 한 접시의 물로 돌아가는
이승의 암울한 길목에서
산과 숲, 비상하는 새도
한 잔의 물로 녹아 풀어지고
온 몸에선 여울물소리가 난다.
'삶'과 '죽음'은 인간의 감각으로는 닿을 수 없는 세계라 생각한다. 신(神)의 영역이라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삶과 죽음'은 우리의 몸속에 있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한 잔의 생수를 마셔 보라. 그 순간, '무한한 생명의 신비가/ 전신을 타고 흐르는' 것을 누구나 느낄 수 있으리. 몸의 '생명'을 깨우는 것은 진수성찬이 아니라 한 모금의 물임을 실감한다. '한 모금의 물이 따사로운 생명으로 변신하는 아침'을 우리는 일상으로 맞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몸'을 위하여 얼마나 많은 것을 가지려 하는가.
구석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