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생생 여행체험] 군위 부계 원숭이군단 동물원

입력 2006-07-05 08:28:47

군위 부계 원숭이군단 동물원

"워~, 어! 끽~끽~끽. 꺄르르~."

필리핀에서 온 말론 딜로이(29.영진전문대학 컴퓨터 정보계열 교수) 씨는 가까이서 본 원숭이, 오랑우탄이 너무 신기했나 보다. 연신 탄성을 지르며 즐거운 비명소리를 냈다.

경북 군위군 부계면 춘산리 제2석굴암 온천관광호텔 팔공산 원숭이 군단. 딜로이 씨는 이곳의 마스코트인 오랑우탄 '복도리'가 자신의 품에 안기자 처음엔 놀란 듯 했지만 이내 아이처럼 밝게 웃으며 어루만지다 키스까지 했다.

팔공산 원숭이군단 관계자의 초청을 받아 매일신문사 취재팀과 함께 특별 방문을 하게 된 딜로이 씨. 필리핀에도 일본 원숭이처럼 숲에 야생 원숭이가 살고 있지만 멀리서만 지켜볼 뿐이었다. 가까이서 직접 만져볼 기회는 거의 없었던 터. 생각지도 못했던 인간과 가장 유사한 동물과의 첫 만남. 그래서 더 신이 났나보다. 딜로이 씨는 제2석굴암 삼존석불을 볼 때까지만 해도 필리핀 출신 대구 유일의 교수라는 체면을 유지하는 듯 했지만 오랑우탄을 만나자 돌변했다.

딜로이 씨는 연신 오랑우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교감을 나누는 듯 떨어지지 않았다. 동물을 좋아하는 그에게 이곳은 신기한 천국 같았다. 일본원숭이, 긴꼬리원숭이, 다람쥐 원숭이 등 세가지 종류 100마리 가까운 원숭이들이 여기저기 뛰어나니며 반가운 듯 손을 내밀고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재롱을 부리자 그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휴대용 디지털 카메라를 가져오지 못한 그는 휴대폰 카메라를 이용, 원숭이들의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원숭이를 너무 좋아하는 딜로이 씨를 본 팔공산 원숭이군단 김은석 사육사는 특별한 체험을 하게 해주겠다며 건물 안 작은 방으로 안내했다.

방 안에 들어가자 태어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새끼 원숭이 세 마리가 기다리고 있었다. 어른 주먹 2개를 합친 정도의 크기인 새끼 원숭이들은 낯선 사람을 보자 '꺄~꺄~' 경계의 소리를 내며 김 사육사의 두 팔을 붙들고 떨어질 줄 모른다.

하지만 이도 잠시. 딜로이 씨가 새끼 원숭이들의 머리를 만지고 털을 쓰다듬어주자 이내 안심한 듯 그의 팔을 붙들고 배고픔을 호소한다. 4시간마다 사람이 먹는 분유를 먹는 새끼 원숭이들의 식사시간이었던 것.

김 사육사는 분유를 꺼내 엄마가 아기를 위해 분유를 타 듯 정성스레 만들어 원숭이 전용 젖병에 담아 새끼 원숭이들에게 건넸다. 두 손으로 꽉 붙들고 입으로 쪽쪽 빠는 것이 영판 갓 태어난 아기를 닮았다.

새끼 원숭이의 귀여움에 어쩔 줄 몰라하던 딜로이 씨는 장난이 치고 싶은 듯 한 새끼 원숭이의 젖병을 뺏으려 했다. 아등바등 생명줄을 지켜려는 원숭이의 몸짓이 애처로운 듯 귀엽다. 그는 그 원숭이를 자신의 품에 안기고 다시 뺏은 젖병을 물렸다.

원숭이와의 즐거운 만남에 시간가는 줄 몰랐던 딜로이 씨. 벌써 헤어져야 할 시간이 되자 아쉬운 듯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새끼 원숭이와의 작별 키스로 오늘 여행을 마쳤다. 대구로 돌아오는 길에도 그의 원숭이 사랑은 그칠 줄 몰랐다.

"새끼 원숭이가 이렇게 귀여운 줄 몰랐어요. 말만 하지 못하지 사람과 거의 똑같아요."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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