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개발원에서 조사한 2005년도 조기유학에 관한 국민의식 조사 연구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 국민은 조기유학에 대해 다음과 같은 경향을 보인다. 첫째, 10명 중 7명의 학부모가 조기유학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면 자녀의 미래와 대해 불안해하고, 3명 중 1명이 여건만 되면 자녀를 조기유학 보내고 싶어 한다. 둘째, 학부모, 교사, 대학생의 90% 이상이 조기유학생 수와 비용의 증가를 걱정하고 있으며 도시지역으로 갈수록, 학력이 높을수록,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진지하게 고려한다. 셋째, 일반적으로 조기유학을 반대하는 비율이 높으나 도시지역으로 갈수록, 학력이 높을수록,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찬성하는 경향이 높다.
해외 어학연수도 이러한 의식의 연장선상에서 최근 10여 년 동안 영어공부의 지름길로 인식되는 경향이 높았다. 그러나 성공보다 실패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지적이 많으므로 해외 어학연수와 유학의 실패 원인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그 해법을 제시해 본다.
실패의 첫 번째 원인은 연수와 유학의 내용에 대한 파악의 부족에 있다. 어학연수를 준비하는 많은 학생들은 유학원이나 여행사와 같은 대행업체에 모든 수속을 맡기고는 필요한 서류만 떼어다 준다. 성공을 위해서는 대행업체에 의뢰하더라도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꼼꼼하게 살펴보고, 자신이 알고 싶은 사항들을 조목조목 물어보고 준비해야 한다. 자칫하면 인생의 가장 소중한 시간이 될 수 있는 시간을 한국 학생이 전체의 70~80%를 차지하고, 형편없는 랩 시설과 한 반에 20명이 넘는 프로그램에서 공부할 수도 있다. 학교를 선정하기 이전에 최소한 3, 4개의 학교에 연락하여 현재 학생 구성은 어떠한지, 장기 등록 시에 학비할인혜택이 있는지 등을 미리 알아보는 것만으로도 연수생활의 성공은 99% 보장된다.
두 번째 원인은 연수 생활 중 한국 학생끼리만 어울리려고 하는 태도에 있다. 학교나 지역을 잘못 선정하면 한국 학생이 많은 곳으로 가게 되는데, 유학이나 연수생활은 때때로 외롭고 지루하기 때문에 동병상련의 연수생들끼리 모여서 생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모여 살게 되면 아무래도 음식이나 문화, 습관이 한국 것이 돼 어학연수의 의미가 크게 상실된다.
세 번째 원인은 연수 현지에서 모든 것을 이루려 하는데 있다. 많은 연수생이 현지에 가면 무조건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별다른 준비 없이 떠난다. 하지만, 막상 현지에 가면 미국인들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적을 뿐만 아니라 서투른 회화 실력으로 깊이 있는 대화를 할 수 없게 된다. 생활에 적응하고 회화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닦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겨 어학 실력 향상이 더뎌진다. 그러므로 인터넷이나 영자신문을 통해 연수지의 최근 동향과 중요하게 다루는 이슈를 미리 습득하고 회화 실력을 쌓아 현지에 가 학급 배정을 기초반이 아닌 기본반 이상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 실패 원인은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고 떠나기 때문이다. 연수를 주관하는 현지 학교나 기관의 팸플릿은 온갖 미사어구를 총동원하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현지에서 모든 것이 이뤄지리라는 이미지를 갖도록 만든다. 하지만 연수생활은 팸플릿에 나와 있는 것처럼 노을 진 해변만 걷는 것이 아니다. 공항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언어의 장벽과 문화적 차이가 현실로 다가오게 될 것이다. 어학연수는 관광이 아니라 많은 준비와 인내를 필요로 하며 고독이라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 지속되는 고통의 시간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정렬 (한국교원대 영어교육과 교수)
※이 글은 한국영어교육연구회와 대구작가콜로퀴엄이 진행 중인 월요 시민 영어 강좌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특강은 매주 월요일 오후 7시부터 대구 교보문고 10층 강당에서 열립니다. 다음 주(10일)에는 칼 더스트하이머 경기 영어마을 파주캠프 본부장이 '영어마을 어떤 곳인가'를 주제로 강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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