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순부터 유럽 대학서 초청 연수
5.31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이 참패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 정동영(鄭東泳) 전 의장이 한 달째 공개석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말 그대로 은둔상태다.
정 전 의장은 지난달 1일 기자회견에서 '낭떠러지에서 손을 놓는 것이 참된 대장부다'라는 뜻의 "현애철수장부아"(懸崖撤手丈夫兒)란 말을 남기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같은 달 3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초청으로 청와대를 방문한 이후 지금까지 정치권과는 거의 연락을 끊고 지내고 있다.
특히 김근태(金槿泰) 의장을 중심으로 한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한 뒤부터는 당내 가까운 의원들과의 전화 통화조차도 기피하고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최근 당내에서는 정 전 의장이 외국 여행중이라는 헛소문이 돌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는 퇴임 직후 강원도에서 며칠간의 휴식을 취하고 돌아온 뒤 줄곧 서울 자택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 한 측근의 전언이다.
정치인생 11년만에 첫 좌절감을 맛본 것을 계기로 자신의 정치인생을 근원부터되돌아 보고 있다는 것이다.
얼마전 정 전 의장을 만나 본 한 인사는 "며칠동안 수염도 깎지 않은 모습에 상당히 놀랐다"며 "정 전 의장이 시련을 겪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지만 표정은 밝았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지인의 권유로 '간찰, 선비의 마음을 읽다'는 책을 탐독하면서 마음을 다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은 이규보, 이제현, 정몽주, 이황, 이이, 허균, 정약용 등 옛 선비들이 학문적 고독감과 정치적 불안감을 극복하기 위해 친구에게 부친 편짓글을 담고 있다.
정 전 의장은 아침에는 자택 근처에서 운동을 하는 등 건강을 회복하는 데에도 상당한 신경을 쓰고 있고 가끔 서울 근교 나들이를 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말에는 부인 민혜경씨와 함께 서울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결혼 25주년 기념 여행도 다녀왔다는 후문이다.
정 전의장은 이달 중순부터는 외국으로 떠나 본격적인 '재충전'의 기회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한달간 일정으로 유럽의 모대학 연구소에 초청돼 연수를 할 예정이라는 것.
그는 비록 짧은 연수기간이지만 아일랜드와 스웨덴 등 유럽 강소국(强小國)의 현주소와 발전모델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영국 등 선진국이 처한 정치.경제적 문제와 극복방안도 점검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의장은 유럽 연수를 다녀온 뒤 다음달 중순부터 '민심 순례'를 겸해 백두대간 종주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정 전 의장의 복귀 시점에 대해 당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상당히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자신의 수행비서에게 국회의원 보좌관 자리를 마련해 줄 정도로 주변을 정리한 상태"라며 "정치 재개를 결심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정치적 상황도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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