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사커'에 다시 눈물떨군 '삼바군단'

입력 2006-07-02 09:41:01

한번 얽힌 인연이란 쉽게 풀리지 않는가 보다.

2006 독일 월드컵축구대회 마지막 8강전이 열린 2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프랑크푸르트 월드컵경기장. 월드컵 6회 우승에 도전하는 브라질과 실추된 명예 회복을 위해 절치부심해온 프랑스가 외나무 다리에서 만났다.

이날 경기는 조별리그부터 4연승으로 순탄하게 8강에 오른 브라질이 뒤늦게 발동이 걸리기 시작한 프랑스를 맞아 '생드니의 치욕'으로 불리던 8년 전 패배를 설욕할 지가 큰 관심이었다.

브라질과 프랑스의 악연은 프랑스 월드컵 결승전이 열린 1998년 7월13일 생드니 구장에서 시작됐다. 1994년 미국 월드컵에 이어 2회 연속 우승을 노린 브라질은 프랑스에 0-3 완패를 당하며 우승컵을 내줬다.

당시 지네딘 지단(레알 마드리드)은 전반 27분 선제 결승골을 비롯해 내리 두 골을 몰아 넣어 '삼바축구'의 월드컵 독주에 제동을 걸었다.

결과만 놓고 보면 브라질이 당시 프랑스를 꺾고 우승을 했더라면 2002년 한.일 월드컵까지 3회 연속으로 세계 최강 자리에 오를 뻔 했다.

물론 호비뉴 같은 나이 어린 선수들은 프랑스와 맞대결을 앞두고 이 경기가 복수전 성격은 아니라고 밝혔다.

호비뉴는 "프랑스 월드컵 당시 나는 14살이었다. 브라질이 패한 모습을 본 뒤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 다시 거리로 나가 축구를 했다"면서 "모든 월드컵은 나름의 역사가 있는 것이며 브라질은 이번 대회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브라질 대표팀에는 8년 전 수모를 기억하는 선수들이 아직도 많다.

이날 선발 출전한 주장 카푸, 골키퍼 지다, 호베르투 카를루스, 호나우두를 비롯해 벤치를 지킨 제 호베르투, 이메르송 등이 생드니의 치욕을 지켜본 선수들이다.

하지만 결국 브라질은 또다시 프랑스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준결승 문턱에도 오르지 못했다.

한.일 월드컵부터 이어온 브라질 대표팀의 월드컵 본선 연승행진은 이제 11경기로 끝났다.

가나와 16강전에서 월드컵 본선 최다골(15)을 기록한 뒤 "아직 골을 더 넣어야 한다"고 외쳤던 스트라이커 호나우두도 서른의 나이와 자고 나면 새별들이 떠오르는 브라질 축구를 감안하면 그의 최다골 행진은 사실상 끝이 났다.

공교롭게도 브라질의 우승과 프랑스전 설욕 꿈을 한꺼번에 무너뜨린 티에리 앙리의 결승골은 8년 전 두 골을 기록한 지단의 프리킥에서 터져 나왔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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