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사람] 지역 국악발전 '버팀목' 현음회

입력 2006-06-30 07:40:51

지역 국악 발전의 밑거름이 되어온 현음회(玄音會)가 창립 25주년을 맞았다.

현음회는 7월 1일 오후 6시 호텔 제이스 2층 루비홀에서 '25주년 자축연'을 갖는다. 20대 초반에 만난 푸른 벗들은 지명(知命)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 전국에 흩어져 있어 자주 만날 수 없었던 그리운 얼굴들이 오랜만에 만나 해후를 나누는 시간이다. 아마추어 동호회로 출발, 사반세기 동안 명맥을 유지해 온 국악 단체는 지역에서 유래를 찾기 힘들다. 현음회는 정기연주회와 무료 단소 강좌 등을 통해 국악 인구 저변 확대와 국악인을 배출하며 지역 국악 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현음회 정기연주회는 매년 한차례 열린다. 1989년 10월 8일 오후 6시 대구어린이회관 꾀꼬리극장에서의 첫 공연을 가진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11월 27일 오후 6시 대덕문화전당 무대 공연에 이르기까지 17차례 정기연주회가 개최됐다. 오는 12월에는 제18회 정기연주회가 열릴 예정이다. 정기연주회에서는 회원들이 틈틈히 익힌 관악합주, 가야금산조, 단소 독주 등이 선보인다.

현음회는 지난 1981년 김영희, 이숙희 씨가 마련한 단소 강좌를 듣기 위해 찾아 온 젊은이들이 자생적으로 구성한 단체. 단소 강의는 서울대 재학 중 군 복무를 위해 고향인 대구에 내려온 우경녕 씨가 맡았다. 국악을 배울 만한 마땅한 곳이 없었던 시절, 1981년 11월 9일부터 30일까지 구도회관에서 열린 제1회 현음회 단소 강좌에는 입소문만 듣고 100여명의 수강생이 몰려 올 만큼 대성황을 이루었다.

이렇게 시작된 현음회 단소 강좌는 지난해 6월 27일~7월 1일 대구향교 명륜당에서 열린 제33회까지 24년간 지속됐다. 매년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기간동안 1, 2차례 열린 단소 강좌를 거쳐간 인원만 무려 7천여명. 악기 구입 부담이 적고 배우기도 쉬운 단소는 시민들 생활 속으로 빠르게 보급 되어 갔다.

취미로 배운 단소의 매력에 빠져 전문 국악인이 된 사람들도 나왔다. 배병민 대구시립국악단 단원은 초등학교 때 단소를 배운 것이 계기가 돼 영남대 국악과에 진학, 대금을 전공했다. 영남대 가정과에 다녔던 이숙희 씨는 졸업 후 경북대 국악과에 입학, 가야금을 전공한 뒤 현재 국립국악원 연구원으로 재직중이며 영남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정경조 씨도 영남대 국악과를 거쳐 국립국악원 진도분원에서 피리 연주자로 활동중이다.

과학 교사로 재직중인 우장희 씨와 교육 공무원인 손미옥 씨는 국악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없어 각각 대구시 무형문화재 5호 전수조교와 전수 장학생으로 두가지 일을 병행하고 있다. 특히 우장희 씨는 KBS 국악대상에 출전, 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 현음회 출신들은 경북대 '복현율방', 영남대 '다스름', 계명대 '슬기둥', 대구고 '청성' 등 국악 모임을 만들어 국악계와 학생들을 이어주는 가교도 놓았다.

그러나 '현음회를 거치지 않은 수강생이 없을 정도'라는 말이 국악 학원가에 나돌았던 좋은 시절은 흘러 가고 1990년대 중반부터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대구 시내에 안내문 20여장만 붙여도 수백명까지 수강 인원이 몰려 들었으나 지금은 안내문 뿐 아니라 각종 언론 매체에 홍보를 해도 수강생은 몇십명에 불과하다. 지난해 겨울 개최하려던 단소 강좌는 수강생 부족으로 열리지 못했다.

학생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될 때 우리 것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단소를 배우려는 대학생들이 줄을 이었으나 최근에는 단소 강좌에서 대학생들을 찾기 어려워졌다. 대신 그 자리는 초등학생들이 메우고 있다. 현음회에 의기 있는 젊은 피가 원할히 공급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 국악이 젊은 세대에게 찬밥 대접을 받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 듯 '다스름', '청성'에 이어 지난해 경북대 '복현율방'이 신입회원을 모집하지 못해 문을 닫았다.

비영리 단체의 순수성을 유지한 채 제2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현음회에 던져진 과제다. '상업화에 물들지 않고 국악의 생활화에 앞장서 왔다'는 현음회의 긍지를 지켜주는 것은 소중한 것을 아낄 줄 아는 대구시민의 몫은 아닐까. 현음회 053)626-1545.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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