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외과 전문의 이무상 원장과 경주할매 국수집

입력 2006-06-29 16:37:54

4년 전 여든 살이 넘은 할머니가 어렵사리 성형외과 문을 두들겼습니다.

"선생님, 제 코를 좀 높여 주이소."

"할머니, 마취위험도 있으니 웬만하면 그냥 지내시지요."

그러나 막무가내로 우기는 할머니의 고집에 못 이겨 정성껏 코 높이 수술을 했고 이 후 할머니는 지난해까지 매년 병원에 들러 만면에 미소를 띠며 작은 선물을 놓고 갔답니다.

이 할머니에게 코 높이 수술은 단순히 미적인 성형이 아니라 평생의 콤플렉스를 날린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요.

개업 12년째의 베테랑 성형외과 전문의 이무상(47) 원장. 그는 성형이 '정신 외과적 치료'의 영역도 포함한다고 생각하는 의사 중 한 사람입니다. 그의 단골집인 '경주할매국수집'에서 아름다움을 위한 건강식과 성형의 참 의미에 대해 들어봅니다.

이 원장은 인터뷰 서두에서 "성형수술 후에 환자의 삶이 자신감과 활기로 가득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겠냐?"라고 말을 꺼냈다 "아름다운 얼굴형을 선호하는 사회적인 필요성에 따라 성형 외과적 의술이 도움이 될 수 있다."라며 성형의 의미를 차분한 논조로 강조했다. 이어 성형에 대한 지나친 기대감은 오히려 실망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경계의 말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임상현장에서 많은 환자들을 만나다 보면 전문의의 조언을 무시하고 무조건 자기고집만 피우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제 머리에 있는 흰머리의 절반은 이런 막가파식 환자들 덕에 생겨난 것"이라며 너털웃음을 터뜨릴 때 주문한 콩국수가 나왔다.

경주할매국수집은 이 원장이 일주일에 두 세 번은 점심 먹으러 들르는 단골집. 병원과 가깝고 오랜 연륜에서 만들어내는 국수 맛이 깊고 한결같아 자주 찾는다.

"겨울엔 뜨거운 칼국수를, 여름엔 시원한 콩국수가 별미입니다. 돼지고기 편육도 쫄깃하게 씹히는 맛이 늘 일정하고요."

원래 국수를 좋아했냐는 물음에 딸이 좋아하는 국수를 함께 먹다보니 본인도 즐기게 됐다고 한다. 부정(父情)이 음식의 기호까지 닮게 한 경우이다.

내친 김에 예뻐지려면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느냐고 물었다. 상당히 곤혹스런 질문이라며 한참 뜸을 들인 이 원장은 "가장 중요한 건 지방과 당분이 적은 균형 있는 식생활과 충분한 수면"임을 전제한 후 "규칙적인 배변습관도 중요하다. 섬유질이 많은 음식을 먹고 수분섭취도 충분히 해주어야 한다. 녹차가 좋겠다. 또 비타민이 많은 오렌지, 딸기, 레몬 등을 자주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라고 답했다.

최근 미인의 기준에 대해선 계란형 얼굴의 서구지향적인 미모가 인기라고 했다. 도톰한 입술, 오똑한 콧날, 크고 시원한 눈매가 3대 조건이라는 것. 하지만 여기에 섹시미를 첨가해달라고 주문할 때 이 원장은 최대의 딜레마에 빠진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노화에 대해 심리적인 거부감이 가장 커지는 40대 여성들의 경우 늙는다는 사실에 정신적인 충격이 상당할 수가 있습니다. 이 경우 처진 피부와 주름살을 성형 의학적으로 개선하면 이전 보다 밝아진 얼굴에 자신들도 놀라는 때가 많습니다. 주변에서 '얼굴이 좋아졌다.'는 말만 들어도 환자들은 큰 만족감을 가지게 되죠."

이 원장의 논리에 따르면 성형에서 환상은 금물이다. 오랜 임상경험과 상담을 바탕으로 수술 전과 후의 변화된 얼굴형에 대해 보다 정확하게 집어낼 수 있어야 환자든 의사든 결과에 대한 최상의 행복감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술은 마신 다음 날엔 시내 복어집에서 전날 자리한 지인들과 함께 속을 푼다는 그는 힘든 수련의 과정도 무엇이든 잘 먹는 식성 덕에 버텨 왔지만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새우와 독실한 불교신자인 어머니 덕에 개고기를 먹지 않는다.

끝으로 이 원장은 "의료기술의 첨단화로 가까운 미래엔 보다 메스를 덜 대고 최소의 절개만으로 시술하는 성형술이 발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경주할매국수집

돼지고기 편육과 더불어 칼국수, 콩국수, 잔치국수를 33년째 외곬 메뉴로 지켜왔다면 그 맛이야 이미 보증된 셈이다. 대구 중구 공평동 대구백화점 남문 맞은 편 골목에 있는 '경주할매국수집'은 웬만한 사람이면 황금연 할머니가 빚었던 칼국수 맛을 기억할 수 있는 곳이다.

요즘은 국수면발을 직접 빚지는 않지만 오랜 조리 노하우로 여전히 옛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여름철 별미인 이 집의 콩국수는 쫄깃한 면발과 국산 콩을 엄선해 직접 만든 콩물의 고소한 맛을 자랑하고 있다. 삼겹살 부위만을 골라 잘 삶아 낸 편육도 기름기가 적어 국수와 찹쌀궁합을 이룬다. 콩국수 4천 원, 칼국수 3천 500원, 잔치국수 3천 원.

문의:053)425-2358

우문기 기자 pody2@msnet.co.kr

사진 박순국 편집위원 tokyo@msnet.co.kr

작성일: 2006년 06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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