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성과 현대성의 조화. 전통성만을 따지다가는 식상해지기 쉽고, 현대성만을 따지다가는 외면받기 쉬운 것이 현재 미술의 상황이다. 그래서 많은 미술작가들이 이 둘을 접목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7월 9일까지 갤러리M(053-745-4244)에서 열리는 '에스트로겐의 심상(心像)'전에 초대된 김미진·김혜련·이수경 씨도 이런 행렬에 있는 작가들이다. 저마다 독특한 시각으로 창작 영역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김미진(39) 씨는 역사가 담긴 가구를 '보수(補修)'하고 있다. 다리나 문짝이 떨어지고 색마저 바래 '고물'이 될 뻔한 70년대 대량생산된 어설픈 가구들, 김 씨는 이 고물 가구들을 고쳐낸다. 그러나 상처 난 부위를 감추지 않는다. 황동을 이용해 오히려 티가 나도록 만든다. 부서진 찻잔은 치아 보수에 쓰이는 니크롬으로 땜질했다. 전혀 다른 물성의 재료를 접목한 김 씨의 작품들은 이질적으로 보이지만 그 용도만은 원상태로 되돌아간다. 전통이 현대 기술을 통해 재창조된 것이다.
김혜련(42) 씨의 작품은 단순해보인다. 평면성과 선적 특성이라는 동양적인 요소를 차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렇게나 휙휙 그은 듯한 굵고 가는 선은 풍부한 여백의 공간 속에 나무의 가지나 줄기를 병풍 위에 그려낸다. 색깔의 바다 속에 둥둥 떠있는 신발이 되기도 한다. "붓질에 마음을 담아내는 것이 회화"라는 김 씨의 말대로라면 이들은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 혹은 그 인생에 관한 함축적인 은유라고 하겠다.
한동안 도자기를 이용한 작품을 선보였던 이수경(43) 씨는 장지에 경면주사(鏡面朱砂: 부적 만들 때 쓰는 재료)를 이용해 드로잉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한국의 전통적인 백자의 문양을 그대로 옮겨서 회화로 치환한 작품. 그 배경으로 어렴풋이 보이는 것은 실제 무속에서 사용하는 부적이다. 그 위로 강 위에 떠있는 배는 백자가 부서지지 않고 무사히 목적지에 닿기를 바라는 주술적인 의미가 담겨있다.
세 작가의 작품 30여 점을 감상할 수 있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