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퇴임 앞둔 日총리와 마지막 정상회담

입력 2006-06-28 10:55:54

조지 부시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郞) 일본 총리가 오는 29일 사실상 마지막 미일정상회담을 갖는다.

두 지도자는 고이즈미 취임 이후 지금까지 총 12번의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이번처럼 부담없기는 처음이라는 게 양국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고이즈미가 내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요르단 등 중동지역을, 8월엔 몽골, 9월엔 헬싱키에서 열리는 아시아유럽회의(ASEM)에 참석하는 등 오는 9월 퇴임을 앞두고 잇단 외유를 계획하고 있는 것도 이번 방미의 성격을 어느 정도 짐작게 한다.

더욱이 주일미군 재편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등 양국간 첨예한 쟁점 현안들이 모두 타결된 터라 이번 정상회담은 그야말로 장밋빛 일색이다.

고이즈미가 29일 백악관에서 부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30일 테네시주멤피스에 위치한 '로큰롤의 제왕' 엘비스 프레슬리의 생가인 그레이스랜드를 함께 방문하는 것도 이런 흐름과 맞물려 있다. 고이미즈가 G7(서방선진7개국) 정상들 앞에서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를 열창할 정도로 프레슬리의 30년 열성 팬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

부시는 그런 고이즈미를 위해 미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 원'을 선뜻 제공했다.

이날 밤에는 부시와 고이즈미 간 성대한 고별 만찬도 예정돼 있다.

부시 대통령은 특히 고이즈미의 이번 방미가 오는 9월 총리 퇴임을 앞두고 마지막 미국 방문이고, 지난 5년간 고이즈미가 보여준 친밀감을 거듭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최상급 예우를 갖출 것이라는 게 미 관계자들 설명이다.

그런 차원에서 이번 정상회담도 '부시-고이즈미의 밀월' 과시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사실 국내외의 거센 반전 물결 속에서도 부시가 흔들림없이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는 데 고이즈미의 역할은 컸다. 이런 고이즈미는 외로운 부시에겐 '전우'나 다름없는 소중한 존재였다.

부시가 29일 밤 고이즈미 총리를 위해 백악관에서 국빈대우의 공식만찬을 개최할 계획을 잡고 있는 것도 이런 고마움의 표시에 다름 아니다.

고이즈미는 국가 원수가 아니어서 국빈방문의 지위가 주어지지 않았으나 부시가 특별예우 차원에서 베푸는 국빈급 만찬을 즐기게 된 셈이다. 이 자리에서 부시의 특별한 '선물'이 준비돼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방미를 앞두고 중국 당국이 국빈만찬을 고집했으나 단순 한 오찬으로 만족해야 했던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29일 정상회담에서는 고이즈미에 대한 최상급 외교적 수사가 동원될 것이라는게대체적인 시각이다. '뜨거운 우정' '양국간 친밀한 리더십 강화' 등의 용어들이 예상된다. 두 정상이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것은 2001년 첫 회담 이후 5년만이다.

또한 북한에 대해서는 일본인 납북자 문제 해결과 핵개발 계획 포기, 조속한 6 자회담 복귀를 종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번 공동성명에는 시기가 시기인만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움직임과 관련한 준엄한 경고가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한 관리는 27일 "북한의 미사일발사 움직임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미사일 발사시 유엔 안보리의 즉각 개최를 요구하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겠느냐"고 관측했다.

아울러 중국과 대비해 일본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각별한 애정표시 여부도 이번정상회담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의도적 홀대로 주목받았던 후 주석의 방미 때와는 달리 고이즈미의 이번 방미때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가 연출될 것이라는 분석이 높다. 이번 미일 정상회담이 '중국 견제의 장'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그래서 나온다.

아닌게 아니라 워싱턴 정가에서는 "적어도 중국 국가를 대만 국가로 연주, 큰 소동을 빚었던 후진타오 방문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일본 국가를 혼동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물론 이번 회담에서 언급하기 곤란한 '민감한' 부분도 없지 않을 전망이다. 이란 핵개발 저지를 위한 일본의 동참 여부, 동북아 지역분쟁의 한 요인인 야스쿠니 신사참배 문제는 고이즈미의 기분을 잡치게 할 수 있는 '핫 이슈'다. 부시 대통령은 고이즈미에게 이란 핵개발 저지를 위해 금융제재 협력줄 것을 요청할 것으로 보이나 고이즈미는 즉답을 회피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무엇보다 가장 예민한 신사참배 문제에 대해선 부시 대통령이 원칙적인 언급을 하는 선에서 그칠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빅터 차 미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국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번 회담에서 이 문제가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다만 두 정상이 어떤 대담을 나눌지 예측해 미리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미국이 이 문제에 관심을 쏟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며 우리는 아주 주의깊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앞서 고이즈미는 지난달 헨리 하이드 하원 국제관계위원장으로부터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야 상하원 합동 연설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통보받아 망신을 산 적이 있다. 고이즈미의 의회 연설 추진은 지금은 완전히 없던 일로 됐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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