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CIA 금융정보망 감시 폭로 파문…스위스 금융가 당혹

입력 2006-06-27 10:41:05

미국이 '테러 척결'을 명분으로 장기간 국제 금융거래망을 은밀히 감시한 사실이 확인됐음에도 불구하고 비자금 은닉처로 유명한 스위스 은행들이 묵묵히 입을 다물고 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재무부가 지난 5년간 국제금융정보망을 조회하는 비밀감시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는 사실은 지난주 뉴욕 타임스와 월스트리트 저널 등을 통해 폭로된 바 있다.

존 스노 미국 재무장관은 이를 시인하면서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는데 극히 중요한 도구의 하나"라고 변호했다.

스튜어트 레비 재무장관은 감시 사실이 폭로된 것은 국가에 큰 손실이라고 개탄하면서 감시를 지속할 뜻을 시사했다.

뉴욕 타임스 등의 보도에 따르면 미 관계당국이 감시한 국제금융정보망은 벨기에에 본부를 두고 있는 '세계은행간금융통신협회(Swift)'.

전 세계 200여 개국에서 모두 7천800개가 넘는 은행과 증권회사, 증권거래소 및기타 금융기관들이 참여하고 있는 Swift는 하루 약 6조 달러 규모의 금융거래 정보가 유통되는 창구다.

스위스에서는 99개 은행과 254개 기관이 Swift를 이용하고 있으며 거래 규모는 1천600억 달러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Swift측은 지난 23일 웹사이트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으로부터 제한된 범위의 데이터 조회 요구를 받았다. 우리는 이를 받아들일 의무가 있다."면서 미국 측과 조회 범위를 놓고 협상한 사실도 인정했다.

Swift측은 이 기구가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일본은행 및 영국 중앙은행인 뱅크 오브 잉글랜드, 스위스 중앙은행 등을 포함한 10개 선진국 중앙은행(G10)이 선임한 이사들의 감독을 받으며 이사들에게도 보고한 바 있다고 밝혔다.

Swift 이사회는 모두 25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스위스 측에서는 양대은행인 UBS와 크레디 스위스의 고위 임원이 멤버로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국제금융정보망 감시 사실이 폭로된 것과 관련, 스위스 정부 측은 아무런 논평을 내놓고 있지 않으며 스위스 중앙은행도 "벨기에 대한 법적 관할권이 없다."고 말할 뿐,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UBS은행 측은 스위스의 예금자 보호법이 훼손되거나 위배된 것은 아니라고 말할 뿐, 논평을 애써 자제하고 있다.

스위스 은행협회도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회원사들이 돈세탁 방지를 위한 국제기준을 준수하고 있다는 말만을 되풀이했다.

미국이 반테러 전쟁 차원에서로 국제금융 거래망을 뒤지는 데 대해 스위스 측이 느끼는 당혹감을 어느 정도 짐작게 하는 대목이다.

제네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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