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중앙정치에 장악당한 기초의회

입력 2006-06-27 08:49:00

개원을 일주일 앞둔 상주시의회 제4대 의원들이 자괴감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주민 대표로 선출된 뒤 처음으로 행사하는 원구성에서부터 삐걱거렸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농촌 일손돕기를 겸해 간담회를 가졌던 상주지역 한나라당 소속 기초의원 당선자들은 중앙정치에 맥없이 고꾸라져 버리고 말았다. 4대 의회 원구성이 논의된 이 자리에서 의원들은 자유토론 한번없이 이상배 국회의원의 말 한마디에 의장과 부의장, 상임위원장을 결정하고 말았다.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출범했던 기초의회가 공천제를 빌미로 10년만에 원구성까지 중앙정치에 완전 장악당하고 만 셈이 됐다.

이 자리에서 이상배 국회의원은 의장 자리를 놓고 빚어졌던 의원들간의 논의를 고함소리로 묵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의원들이 공천이란 목줄에 메여 말문을 닫자 이 의원은 재선의 김모 의원을 의장에 3선의 이모 의원을 부의장에 임명했다. 상임위원장 자리는 의원들끼리 결정하도록 했지만 이내 그것마저 빼앗아 재선의 윤모, 초선의 신모, 김모 의원을 낙점했다.

이런 일방적 결정속에 무소속에 대한 배려나 기초의회의 독립성과 권한 등이 있을 리가 없었다. 지역발전을 위한 간담회 자리였던 이 짧은 시간이 오히려 지방자치의 발목을 잡고 편가르기와 갈등을 조장한 자리가 됐다.

한 기초의원은 "지금 의원들 마음은 언제 터질지 모를 활화산 같다."며 "단 한차례라도 의원들끼리 의견을 나누고 조율할 기회를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러한 행태는 자기들끼리 앉아서 선거법을 개정해 '기초의원 공천제'를 내놓을 때부터 예상됐던 것이다. 그나마 공천과정에서 '밀실행정'이니 '국회의원이 다 해먹는다'는 막말까지 들어 혹시 반성을 하지 않을까하고 기대했던 기초의원이나 주민들만 어리석었던 셈이다.

당론 앞에 국회의원이 없듯이, 국회의원 앞에는 기초의원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 간담회장이었다.

상주·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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