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플레이메이커 프란체스코 토티(30.AS로마)가 2006 독일 월드컵에서 팀을 8강으로 견인하며 4년 전 악몽을 털어냈다.
27일(한국시간)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호주와 이탈리아의 16강전이 벌어진 카이저슬라우테른 경기장.
이날 선발 명단에서 제외됐던 토티는 마르코 마테라치가 후반 6분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해 팀이 위기에 몰리자 29분 알레산드로 델피에로의 교체 선수로 그라운드에 나섰다.
토티는 '사커루' 호주를 32년 만에 올려 놓은 거스 히딩크 감독과 특별한 인연이 있어 대회에 임하는 각오가 남달랐다.
2002 한.일 월드컵 때 히딩크 감독은 한국의 4강 신화를 창조했고 바로 '히딩크 마법'의 이면에는 토티의 기억하고 싶지 않은 악몽이 자리하고 있었던 것.
'아트 사커'의 사령관 지네딘 지단(프랑스)과 함께 세계 정상급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꼽히는 토티는 반 박자 빠른 창조적인 패스와 강력한 파워를 바탕으로 저돌적인 돌파력이 돋보이는 이탈리아의 공격의 핵심 선수.
하지만 토티는 한.일 월드컵 한국과 16강전의 뼈아픈 기억이 남아 있다.
당시 전반 18분 왼쪽 코너킥으로 크리스티안 비에리의 선제골을 어시스트한 토티는 설기현의 동점골로 접어든 연장 13분 '할리우드 액션'을 하다 경고누적으로 퇴장당해 결국 안정환에게 골든골을 허용하면서 1-2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던 것.
토티는 16강 탈락의 장본인으로 낙인 찍혀 심한 마음 고생을 해야 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누구보다 자존심 회복을 노렸지만 마르첼로 리피 이탈리아감독은 이날 선발명단에서 제외, 벤치를 지켜야 했다.
하지만 10-11로 수적 열세에 몰리던 후반전에 교체 투입된 토티는 수비와 공격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하며 반전을 노리다 인저리 타임때 결정적인 한 방으로 '아주리군단'의 영웅이 됐다.
이탈리아는 후반 50분 파비오 그로소가 호주 페널티지역 왼쪽을 파고들다 수비수에 걸려 넘어져 페널티킥을 얻었고 토티가 결정적 순간에 키커로 나섰다.
킥을 앞둔 토티는 얼굴이 카메라를 통해 클로즈업됐고 눈빛에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만약 실패한다면 다시 한번 '역적'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토티는 냉정을 잃지 않았고 오른발로 강하게 찬 볼은 호주의 왼쪽 구석 골망을 흔들었다. 이탈리아의 8강행을 확정짓는 천금 같은 결승골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사커루의 기적'을 연출했던 히딩크 감독의 '마법'도 한방에 끝이 났고 토티는 4년 전 한국에서 겪었던 심한 마음고생에서 마침내 벗어날 수 있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