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인종 청소'

입력 2006-06-26 11:29:42

'발칸 반도의 도살자'라 불리던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슬라비아 대통령이 지난 5월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유엔 감방의 침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1990년대 약 10년간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코소보 등에서 전쟁을 일으켜 반인륜적 만행을 저질렀던 장본인이다. 26만 5천여 명이 죽었고, 300만 명이 난민이 됐었다. 발칸 전 지역을 지배하려던 그의 야욕은 나치의 유대인 학살에 비견될 만한 '인종 청소'의 주범이 되게 했고 결국 차가운 감방에서 최후를 마치게 했다.

○…분쟁이 끊이지 않는 지구촌에서는 크고 작은 '인종 청소'도 잇따르고 있다. 1970년대 캄보디아의 크메르 루즈 정권이 국민 4명 중 1명을 죽인 사건은 영화 '킬링 필드'를 통해 전 세계에 널리 알려졌다. 2000년대 이후로도 수단 다르푸르 주 사태로 인한 10만 명 이상 사망, 아프가니스탄 북부동맹에 의한 수만 명의 타 종족 학살 사건 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제적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가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극비리에 진행되는 또 하나의 인종 청소 실태를 고발했다. 우간다의 요웨리 무세베니 대통령이 반대 세력인 아콜리족(族)에 대해 상상을 초월하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는 내용이다. 전체 아콜리족의 95%에 이르는 200여만 명이 200여 곳의 강제수용소로 끌려간 사실부터가 종족 말살의 냄새를 짙게 풍긴다.

○…직접 총칼로 죽이는 것은 아니지만 극히 비열한 방법으로 죽어가게 만든다. 에이즈에 감염된 병사를 수용소에 배치, 아콜리 여성들을 제물로 삼는 식이다. 그 결과 이곳 여성 에이즈 감염률은 우간다 평균 감염률 6.4%보다 훨씬 높은 30~50%에 이른다는 것이다. 또 매주 최대 1천500명의 어린이들이 숨져 세계 최고의 아동 사망률을 보인다. 4천 명이 사용하는 화장실이 단 하나뿐인가 하면 물 한 통을 긷기 위해 12시간이나 줄을 서야하는 현실은 지옥에 다름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처럼 무자비한 무세베니 대통령이 그간 서방 국가들로부터는 '혁신적인 아프리카의 리더'로 평가받아 왔다. 세계가 우간다 반군단체의 만행에만 관심을 가진 사이 '인권 대통령'의 탈을 쓴 채 만행을 자행해 온 두 얼굴의 주인공이다. '무세베니'라는 이름, 앞으로 극단적 '이중 인격'의 사례에 올라가지 않을까.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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