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칸 반도의 도살자'라 불리던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슬라비아 대통령이 지난 5월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유엔 감방의 침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1990년대 약 10년간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코소보 등에서 전쟁을 일으켜 반인륜적 만행을 저질렀던 장본인이다. 26만 5천여 명이 죽었고, 300만 명이 난민이 됐었다. 발칸 전 지역을 지배하려던 그의 야욕은 나치의 유대인 학살에 비견될 만한 '인종 청소'의 주범이 되게 했고 결국 차가운 감방에서 최후를 마치게 했다.
○…분쟁이 끊이지 않는 지구촌에서는 크고 작은 '인종 청소'도 잇따르고 있다. 1970년대 캄보디아의 크메르 루즈 정권이 국민 4명 중 1명을 죽인 사건은 영화 '킬링 필드'를 통해 전 세계에 널리 알려졌다. 2000년대 이후로도 수단 다르푸르 주 사태로 인한 10만 명 이상 사망, 아프가니스탄 북부동맹에 의한 수만 명의 타 종족 학살 사건 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제적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가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극비리에 진행되는 또 하나의 인종 청소 실태를 고발했다. 우간다의 요웨리 무세베니 대통령이 반대 세력인 아콜리족(族)에 대해 상상을 초월하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는 내용이다. 전체 아콜리족의 95%에 이르는 200여만 명이 200여 곳의 강제수용소로 끌려간 사실부터가 종족 말살의 냄새를 짙게 풍긴다.
○…직접 총칼로 죽이는 것은 아니지만 극히 비열한 방법으로 죽어가게 만든다. 에이즈에 감염된 병사를 수용소에 배치, 아콜리 여성들을 제물로 삼는 식이다. 그 결과 이곳 여성 에이즈 감염률은 우간다 평균 감염률 6.4%보다 훨씬 높은 30~50%에 이른다는 것이다. 또 매주 최대 1천500명의 어린이들이 숨져 세계 최고의 아동 사망률을 보인다. 4천 명이 사용하는 화장실이 단 하나뿐인가 하면 물 한 통을 긷기 위해 12시간이나 줄을 서야하는 현실은 지옥에 다름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처럼 무자비한 무세베니 대통령이 그간 서방 국가들로부터는 '혁신적인 아프리카의 리더'로 평가받아 왔다. 세계가 우간다 반군단체의 만행에만 관심을 가진 사이 '인권 대통령'의 탈을 쓴 채 만행을 자행해 온 두 얼굴의 주인공이다. '무세베니'라는 이름, 앞으로 극단적 '이중 인격'의 사례에 올라가지 않을까.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尹 지지율 46% 나와…2030 지지율도 40%대 ↑"
박수현 "카톡 검열이 국민 겁박? 음주단속은 일상생활 검열인가"
'카톡 검열' 논란 일파만파…학자들도 일제히 질타
이재명 "가짜뉴스 유포하다 문제 제기하니 반격…민주주의의 적"
판사 출신 주호영 국회부의장 "원칙은 무조건 불구속 수사…강제 수사 당장 접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