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사람들의 말투는 대체로 투박하다고들 한다. 무뚝뚝한 기질대로 나긋나긋 감칠맛 나는 말투보다는 무 토막 자르듯 툭툭 내던지듯 한다.
'내다, 밥 묵었나, 아~들은, 자자, 검지라…'라는 풍자도 단문답형(單問答刑) 대구 말투를 빗댄 낡은 개그다.
투박하고 무뚝뚝한 대구 말투를 굳이 매력 없다거나 촌스런 말투라고 비하할 것까진 없다. 듣기 따라서는 감치듯 간지러운 말투보다 믿음이 깊고 은근의 맛을 느낄 수도 있으니까.
그러나 대구가 지하철 화재사고 같은 대형사고에 이어 최근 한 달 4천500건이 넘어서는 집단 시위 파업 등 마찰과 갈등이 급등하면서 일각에서는 '대구 말투 개혁론?'이 나오고 있다.
다시 말해 대구의 투박하면서도 구체적 내용이 생략되는 단(單)문답식의 대화 스타일이 대형사고를 더 키우거나 노사 분쟁이나 갈등의 사전 조정을 가로막는 것 아니냐는 일종의 말투 자성론(自省論)이다.
말투가 대형사고를 덧키우는 것 아니냐는 논박을 놓고 3년 전 지하철 사고 당시 사령실과 열차 기관사들 사이에 오간 사고 직전후의 통화(대화) 내용을 되찾아봤다.
▲09시 55분 사령실:전 열차에 알립니다. 중앙로 진입시 조심해 운전하여 들어가시기 바랍니다. 지금 화재가 발생하였습니다.
▲09시 57분 1080열차:지금 단전입니까.
운전사령:단전이니까 방송 좀 하시고.
1080열차:예. 아 … 연기 나고 엉망입니다. 화재가 구체적으로 어느 지점 어느 방향에서 어느 정도 규모로 났으며 조심해 들어가라는 게 어떤 운전 상태를 말하는 건지 기관사들로서는 감이 잡히지 않는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는 식 대화다.
불났다는데 화재 대처를 위한 상황 질문 대신 엉뚱하게 단전을 묻고 사령실의 판단을 위한 연기 나는 상황의 구체적 보고도 '엉망입니다'는 말로 대신했다.
10시 02분 이후 1082열차와 1077열차 1079열차 등에 보낸 사령실 대화내용도 '안내방송하세요'와 '상선 열차는 정상운행하라' '단전됐다'는 말뿐 중앙로역 화재 확산 상황 전달은 한마디도 없다.
'일단 방송하시고'라는 대화나 '엉망이다'는 응답 속엔 어떤 내용을 방송해 주라거나 화재에 대한 상황 등 메시지 내용이 없다.
'아이들은 공부를 하고 있느냐 자느냐 아니면 노느냐'는 질문 대신 '아~들은'으로 끝내는 대화 스타일을 그대로 닮아있다.
만약 당시 사령실과 터널 속의 열차기관사의 대화법이 서울이나 전라도 사람들 말투로 오갔다면 사태가 그처럼 확산되지는 않았지 않겠느냐는 게 대구 말투 자성을 지적한 인사의 말이다.
요즘 한 달 평균 4천500건 연간 3만 4천 건이 넘는 집회 시위가 일어난다는 대구, 가뜩이나 침체된 경기와 불황 속에 간선대로를 막고 돌팔매가 난무하는 시위 폭증은 우리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못한 공동체의 고통이다.
시위 당사자는 나름대로 한계점에 다다른 생존권을 주장할 수밖에 없고 사측은 지역경제 불황으로 노조의 요구를 들어줄 만한 수용능력이 한계에 닿았음을 주장한다.
분쟁과 갈등의 열쇠는 근본적으로 경제회생이겠지만 현실은 감감하고 그렇다고 마냥 우리끼리 길거리 시위로 날을 지새울 수도 없다. 그나마 '대화'로 갈등을 줄이고 푸는 길이 대구를 시위와 분쟁의 도시처럼 낙인 찍히지 않게 하는 길이다.
변화와 타협, 이해와 관용을 끌어낼 수 있는 효율적 대화와 토론의 문화는 좋은 말투에서 비롯된다.
시위'노사 갈등을 푸는 협성테이블에서 행여 '대구 말투'의 매력이 거꾸로 타협을 가로막는 요소가 되지는 않는지 이 기회에 함께 생각해 보자. 물론 충청도 분들이 '보신탕 잡수십니까?'는 말을 '개 혀?' 한다듯이 짧은 말투가 더 효율적일 때도 있긴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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