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다. 어디서든 '장사가 안 된다.'며 아우성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유독 걱정없는 업소도 많다. 잘 살펴보면 이유가 있다. 작지만 고객을 감동시키는 작은 배려도 그 이유 중의 하나다. 업종에 관계없이 작은 감동 서비스는 고객들을 다시 찾게 한다. 이색서비스로 불황을 이겨내는 세 곳을 찾았다.
# "팥빙수에 묻어난 감동"
대구시 수성구 범물동 메스티지 미용실. 이곳에 들어가면 '웰컴 티(Welcome Tea)'가 먼저 고객을 반겨준다. 'ㅇㅇㅇ 고객님, 저희 때문에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적힌 쪽지 카드와 함께 현미, 매실차 등 전통차가 등장한다.
이게 다라면 감동이 부족하다. 본격적인 음료 서비스가 뒤따른다. 헤이즐넛, 아이스 티, 각종 음료수는 기본에다 여름철엔 팥빙수, 겨울철엔 떡볶이 메뉴가 있다. 지난해 겨울에는 찹쌀 도넛까지 준비해 기다리는 고객들의 심심한 입맛을 달래줬다.
우연히 들렀다 1년 6개월째 이곳을 찾고 있는 오정은(35·여·대구시 수성구 사월동) 씨는 "기다리는 동안 딸 유진(9)이는 팥빙수를 먹고, 전 전통차를 주로 마십니다."며 "이색 서비스지만 다가오는 감동은 몇 배로 크다."고 좋아했다.
4년 전 개업한 뒤 '감성 마케팅 전략'이라는 큰 틀에서 고객 감동을 실천한 이 미용실에는 여성잡지 등을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독서대와 남성들을 위한 두피 마사지, 헤어스타일 관리 계획 메일 발송, 인터넷 무료 사용 등 고객 만족을 위해 모든 걸 쏟고 있다.
# "식사도 하고 구두도 닦고"
대구시 북구 구암동 '강남 복어' 주인 김남영(47) 씨가 손님들의 구두를 닦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능숙한 손놀림에 구두는 이내 반짝거린다. 한 켤레에 5분이 걸리지 않는다. 벌써 3년이 넘은 경력을 가진 실력자.
김 씨는 "현관 앞에서 구두를 닦고 있으면 손님들 중에는 진짜 구두 닦는 사람인 줄 알고 수선까지 맡기는 경우도 있다."며 웃었다. 엄연한 사장인데 그런 대접은 아무래도 조금 자존심 상하는 모양이다.
김 사장이 현관 앞에서 구두닦이를 시작한 것은 2003년 3월부터. 주인이 카운터에서 계산하는 모습이 보기 싫어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손을 댄 것이 손님들의 구두. 처음에는 구두에 있는 먼지를 터는 정도였지만 조금씩 손에 익어 광을 내는 수준까지 올랐다. 김 사장은 "초창기에는 무척 좋아하는 손님이 있는가 하면 색안경을 끼고 보는 손님들도 적잖았다."고 회상했다. 구두 닦는 걸 하나의 서비스로 생각하고 즐겁게 하고 있는 김 사장에겐 마음 아픈 일이었다.
김 사장은 불가피하게 바쁘거나 외출을 해야 하는 경우가 아니면 현관 앞에서 시간을 보낸다. 겨울철 한창 많이 닦을 때는 하루에 100켤레가 넘는다.
고객관리도 남다르다. 한차례라도 찾은 손님이라면 인적사항을 적은 후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에 맞춰 축하 이메일이나 문자, 선물을 보내고 있다. 벌써 그런 혜택을 본 손님들이 4천 명이 넘는다.
'맛은 기본이지만 사소한 것이라도 고객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서비스가 꼭 필요하다.' 이것이 김 씨의 변함없는 철학이다.
# "왕쑥뜸 때문에 다시 와요"
"기다리는 동안 쑥뜸, 부황을 하고 있으면 기분이 더 좋아집니다."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한상원 한의원에서 만난 김분숙(66·여·대구시 수성구 범어1동) 씨는 대기하는 사람이 많아도 걱정이 없다. 허리와 등에 왕쑥뜸을 받고 있으며 금세 자신의 치료차례가 돌아오기 때문.
한상원 한의원은 개업한 지 불과 4개월이지만 남다른 고객 만족으로 단골 손님을 점차 늘려가고 있다. 손님이 많을 때는 20∼30명에 이르지만 진료실 10곳에서 기다리며 쑥뜸 또는 부황을 하고, 나머지는 한지로 아늑한 분위기를 낸 대기실에서 명상음악을 들으며 조용히 책을 읽거나 신문을 본다. 일부러 TV는 설치하지 않았다.
차도 셀프서비스가 아니다. 직원이 직접 주문을 받고 갖다 줘 손님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앞으론 제철 과일까지 등장시켜 기다리는 고객의 입을 즐겁게 하겠다는 전략도 갖고 있다.
한상원 원장은 "다른 한의원과 특별히 차별화된 서비스는 아니지만 고객감동 치료를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라며 "별것 아닌 서비스가 고객의 기분을 좋게 한다."고 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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