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광, 그림을 읽다/이장현 지음/세미콜론 펴냄
클래식 음반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미켈란젤로, 피카소의 그림은 음반에 담긴 곡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클래식 음반 커버에 있는 그림과 음악의 상관관계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줄 책이 출간됐다. 클래식 동호회 '고클래식(www.goclassic.co.kr)에 연재돼 큰 인기를 얻은 글들과 새로 나온 음반 중에서 재미 있는 주제를 뽑아 저자가 새롭게 엮은 것이다.
미술 작품과 미술가, 사조 변천과 양식 등 미술 작품을 설명하는 책이 흔이 보여주는 정형적인 틀에서 벗어나 음악을 이야기하다 그림이 보이면 그림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 그림이 다른 음반을 떠올리게 하면 다른 음반에 대해 설명하는 형식으로 글이 전개되고 있다.
저자는 르네상스시대 영국 음악을 대표하는 토마스 탈리스의 '스펨 인 알리움' 음반에 나오는 뒤러의 자화상을 들여다 보며 탈리스와 뒤러가 겪었던 종교개혁의 소용돌이를 설명한 뒤 종교개혁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바흐 이야기로 넘어가 뒤러와 바흐의 관계를 풀어내고 있다.
저자는 음악과 미술 작품의 공통점도 빼 놓을 수 없는 재밋거리로 제공하고 있다. 비발디의 '사계'와 보티첼리의 '봄'은 묘한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는 것. 1959년 스테레오 기술로 녹음된 이무지치와 페릭스 야요의 음반이 대중적인 사랑을 받기 전까지 비발디의 '사계'는 베토벤, 브람스 등 낭만파 작곡가들의 작품에 밀려 잊혀져 가던 바로크 작품 중 하나에 불과했다. 보티첼리의 '봄' 역시 15세기 르네상스 시절, 피렌체를 다스리던 메디치가의 몰락과 함께 묻혀 있다 19세기 새롭게 조명되면서 일반인들에게 알려지지 시작했다. 비발디 '사계'와 보티첼리 '봄'은 한때 잊혀졌다 화려하게 부활한 역사를 공유하고 있다.
또 작품의 소재가 된 이야기도 독자들의 흥미를 끌고 있다. 프랑스 혁명에 직접 뛰어들지 못한 나약한 자신의 모습을 화폭에 반영한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과 혁명을 비판한 실러의 시에 가사를 붙인 낭만주의 작곡가 브루흐의 '종의 노래'는 혁명을 예찬한 그림과 혁명을 비판한 노래가 만난 동상이몽(同床異夢)의 궁합을 갖고 있다.
이와 반대로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녹음한 여섯장짜리 '베토벤 교향곡 전집' 커버로 사용된 클림트의 '베토벤 벽화'는 음악과 미술의 절묘한 조화를 보여주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소재다. 저자는 베토벤 '교향곡 9번' 정·반·합의 주제를 30m의 거대한 화폭에 고스란히 재연한 클림트의 천재성과 베토벤 교향곡 전곡 녹음으로 음악계에서 가장 놀라운 성과를 이루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아바도를 통해 음악과 미술의 기분 좋은 만남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1만5천 원.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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