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한 정책 냉정하게 되돌아봐야

입력 2006-06-22 11:46:30

김대중 전 대통령 방북이 사실상 무산됐다. 방북 준비를 위한 실무 협의를 하자는 요구에 북한은 아무 대답 없이 외면, 사실상 거절했다. 남북 간 열차 시험운행을 일방적으로 연기한 데 이은 북한의 일방적이고 무례한 조치다.

DJ의 방북에 관한 국내 여론은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남북 관계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그의 방북을 찬성하기도 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이도 적잖다. 우리 사회를 근 반년이 넘게 찬반 양론으로 나눈 DJ의 방북 계획은 북한의 돌연하고도 일방적인 외면으로 한순간에 물거품이 돼 버렸다. 최초로 남북 정상회담을 이룬 DJ가 '북한과 같이 일을 하다보면 짜증 나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고 한 것처럼 북한은 말로는 민족 공조를 내세우면서도 억지와 생떼 쓰기를 버리지 않고 있다.

그런 북한이 제네바 군축회의에서 미사일 발사 중지를 촉구한 반기문 외교장관의 기조연설에 대해 '남북공동선언의 위반이자 배신'이라고 맹렬하게 비난했다. 한반도에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자는 우리의 호소를 저들은 민족에 대한 배신이라고 매도하고 있다. 북한의 이런 일방적이고 막힌 자세는 결국 북한 달래기에 급급해 온 우리가 자초한 결과일 수도 있다.

미사일 사태로 미국을 위시한 주변국으로부터 고립되고 있는 한국의 현주소가 드러나고 있다. 신의를 아무렇게나 걷어차는 북한을 감싸 안은 대가로 우리는 우방으로부터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협상용 협박이나 일방적인 태도는 결코 민족끼리의 구호로 이해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의 대북한 자세와 정책을 냉정하게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 통일부 장관이 밝히고 있듯 감정적 민족 공조는 아직 착시이자 어불성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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