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수도론' 여파, 한나라당으로 옮겨 붙나?
5·31 지방선거 이후 본격적으로 불거진 서울·인천·경기의 '대수도론' 여파가 한나라당으로 옮겨 붙었다.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도지사, 안상수 인천시장 당선자가 선거 후 곧바로 수도권 규제완화를 포함하는 대수도론을 들고 나오자 내년 대선을 앞둔 한나라당은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대수도론 발표와 동시에 나타나기 시작한 비수도권 자치단체의 반발 강도는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
자칫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마저 놓치는 꼴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실 한나라당으로서는 이번 지방선거 수도권에서의 약진은 어느 때보다 고무스러운 일이다.
지방선거 압승과 대선 승리는 별개라고 하더라도 예상을 뛰어넘는 수도권의 약진은 내년 대선에 청신호가 될 수밖에 없다.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현 여권 승리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수도권 표심에 변화가 감지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느닷없는 수도권 세 단체장의 대수도론은 한나라당을 오히려 코너로 몰고 있다.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핵심 인사는 "지난 대선 때도 수도권 정책을 어떻게 할 건지를 놓고 갑론을박만 하다 여권에 일방적으로 당했다. 진짜 뜨거운 감자다"라고 말했다.
당 소속 유력 대선주자들이 대수도론에 긍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비쳐지면서 한나라당으로서는 더욱 곤혹스럽다.
박근혜 전 대표도 수도권 규제완화와 관련해서 이미 "외국기업들이 수도권이 아니면 오지 않는다고 하니…."라면서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고,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도지사는 수도권 광역단체장으로서의 한계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당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대선주자들 입장은 수도권과 지방이 상생 발전하는 국가균형 발전 전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이라며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격렬하게 갈등하면서 비수도권에서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평가축소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당으로서는 이같은 분위기가 여간 고민이 아닐 수 없다. 대수도론을 야심차게 밀어붙이고 있는 김문수 경기도지사 당선자가 대수도론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이방호 정책위의장은 서둘러 진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의장은 "대수도론은 진지한 내부 검토가 필요하다."며 당론 추진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자칫 수도권 세 단체장의 합의가 당의 공식 입장으로 비쳐져 '덤터기'를 쓸 수도 있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따라서 한나라당 주요 당직자들은 대수도론에 대해서는 사석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함구로 일관하는게 요즘 분위기가 돼 있다.
공식적으로 입장표명을 요구받을 경우 대부분 "광역행정 협의 차원은 괜찮지만 그 이상은 안된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환경과 교통문제에 대한 수도권 단체장들의 협력은 권장할 일이지만 수도권 이기주의로 흘러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수도론에 대한 비수도권의 반발에 어떤 식으로 대처할 지에 대해서는 뚜렷한 해답을 갖고 있지 않은 것이 한나라당의 문제다. 당장 수도권과 비수도권 의원들 의견이 다를 뿐만 아니라 비수도권 의원들도 대수도론에 대해 입장을 명확하게 정리하지 못한 상태다.
글로벌 경쟁시대에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경쟁으로 치닫다가는 국가 전체가 망한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는 것 같고 내년 대선을 생각하면 비수도권의 반발도 서둘러 무마하지 않을 수 없는 것 같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비수도권에 대한 지원책을 통해 당이 앞장서 파문을 수습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대수도론을 방치할 경우 현 정권과 마찬가지로 한나라당도 정권을 담당하기에는 '무능하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인 것이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핫 이슈로 떠오른 대수도론에 한나라당의 미래가 달려있을지도 모른다는 주장이다.
이상곤기자 leesk@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