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포겔 '동지에서 적으로'

입력 2006-06-22 08:50:02

"공격형 미드필더 박지성(25·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수비형 미드필더 요한 포겔(29·AC밀란)의 중원 싸움에서 사실상 승부가 갈라질 것이다."

24일 오전 4시 독일 하노버 니더작센 스타디움에서 펼쳐지는 한국과 스위스의 독일월드컵 G조 조별리그 3차전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다.

거스 히딩크 감독 밑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벤' 동창생 박지성과 포겔이 16강 진출의 갈림길에서 운명적인 '창과 방패'의 맞대결을 펼친다. 박지성은 좌·우 측면과 중앙을 가리지 않고 '프리맨'으로 공격을 이끌고 있고 포겔은 그의 활동을 무력화시켜야 하는 중대한 임무를 맡고 있다.

박지성은 딕 아드보카트 감독의 출격 명령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조별리그 1, 2차전에서 박지성을 측면 공격수와 공격형 미드필더로 번갈아 사용하면서 그의 '멀티능력'을 충분히 활용했다.

더욱이 박지성은 19일 프랑스전에서 후반 36분 기적적인 동점골을 터뜨리면서 한국 축구의 월드컵 2회 연속 16강 진출을 위한 디딤돌을 쌓아 올렸다.

말 그대로 박지성은 아드보카트호 공격의 시작점과 마침점 역할까지 다양하게 수행하면서 동료 태극전사들에게 다양한 공격기회를 만들어주는 청량한 산소같은 역할을 해주고 있다.

한국에 박지성이 있다면 스위스의 중원은 '주장' 포겔이 진두지휘한다. 스위스의 중원을 책임지고 있는 포겔은 날카로운 패싱력과 뛰어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1992년 이후 12년만에 스위스의 월드컵 본선진출을 뒷받침했다.

제네바 출신의 포겔은 15살 때 스위스 그래스호퍼 클럽에 입단했고, 18살에 처음 스위스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스위스 축구의 영웅이다. 포겔은 부상 위험이 많은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으면서도 월드컵 유럽예선에서 전 경기를 90분 풀타임 소화했으며 지난 프랑스 및 토고전에서도 교체없이 연속으로 풀타임을 뛰는 등 '강철체력'을 자랑하고 있다. '산소통'과 '세 개의 심장'이라는 별명을 가진 박지성과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박지성과 포겔은 서로의 장단점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는 점이다. 1999년 그래스호퍼에서 에안트호벤으로 이적한 포겔은 2005시즌까지 활약하면서 박지성과 함께 지난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의 신화를 작성하는 데 일조했다.

하지만 나란히 같은 시기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와 이탈리아 세리아A로 둥지를 바꾼 박지성과 포겔은 '어제의 동지에서 오늘의 적'의 입장이 돼 이번 대회에서 마주하게 됐다.

쾰른(독일)에서 김지석기자 jiseok@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