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3기' 전문가 평가 "시민 함께하는 비전 만들어야"

입력 2006-06-21 10:16:00

'밀라노 프로젝트는 실패했다.'

대구에서 감히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가? 그렇다고 해서,'밀라노 프로젝트는 성공했다.'라고 누가 자신있게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는가? 일을 벌이기만 하였지 주워 담을 수 있는 장이 마련되지 않는 것이 대구 경제의 현실이다. 밀라노 프로젝트만 두고 보더라도 마치 함부로 언급해서는 안 되는 금기처럼 취급되고 있지 아니한가?

엄중한 비판도 없고, 목청 높이는 토론도 없다. 이도 저도 아닌 속절없는 모호함이야말로 대구 경제의 현주소이다.

한숨은 깊어지고 있지만 함께 따라 가야 할 깃발이 보이지 않는다.

이처럼 허공에 붕 떠 있어 도무지 방향감각을 종잡을 수 없는 경제적 리더십에 대해 조해녕 시장의 임기 중 발생한 불행한 사고 탓 만하기에는 일상의 밥벌이 현장은 너무나 팍팍하다.

대구 테크노폴리스 사업에 관해 누군가 열심히 말을 하고는 있지만 아무도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이 없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대구를 선도할 미래전략 산업으로 IT, BT, NT, CT 산업이 제시되고 있지만, 그러한 알파벳 조합이 단순한 구호인지 아니면 구체적 계획인지 제대로 설명하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

지난 호시절의 기억만을 탐닉하는 지역의 완고한 보수성이 조해녕 시대의'모호함'을 더욱 부추긴 측면이 강하다.

그리고 거대한 블랙홀이 되어 지역의 경제력을 빨아들이는 수도권 일극집중 현상이 대구경제가 겪고 있는 현재의 교착 상태를 악화시키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제 무엇을 탓하기는 너무 늦었다. 무엇보다도 시급한 것은 쓰러진 깃발을 다시 세워 내거는 일이다.

'시민이 함께 공감하는 비전'(shared vision)을 만들어 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을 궁지에 밀어 넣는 위기의 정체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하철 참사와 같이 눈에 보이는 사고만 위기라고 할 수 없다.

수도권 규제 완화를 목적으로 하는'대수도론'이 지역경제에 끼칠 폭발적 위험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말에 귀 기울여야 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김영철 계명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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