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수도론 안된다] ②표류하는 지방분권

입력 2006-06-21 10:37:07

"대수도론, 참여정부 지방분권 정책과 정면 배치"

'대수도론'은 참여정부가 주요 국정과제로 삼았던 지방분권 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지방분권은 전국이 골고루 잘사는 것이 나라가 발전하는 길이라고 본 반면 대수도론은 수도권을 발전시켜야 국가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인식을 깔고 있다. 다시 말하면 행정도시와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끝으로 지방분권 정책이 더 이상 추진되지 않는 바람에 대수도론이 제기될 공간이 제공됐다고 할 수 있다.

◆참여정부 의지 변화=지난달 대구 엑스코에서 5개 분권운동 관련 단체 주관으로 열린 '지방분권, 어디까지 왔나?'란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한목소리로 참여정부의 지방분권 의지가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방분권국민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이재은 경기대 교수는 공동의장 겸 경기대 교수는 "참여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로드맵 47개 중 지금까지 완료된 것은 18개에 불과하다."며 정부의 의지 부족을 지적했다. 김연수 대구시 기획관리실장도 "중앙집권적인 '집적의 이익'보다 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분산의 이익'을 얻기 위해서는 국가 전략적 차원에서 분권이 실현돼야 한다. 하지만 지방분권 의지가 강했던 참여정부가 임기 후반기로 갈수록 분권 추진 의지를 잃어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이대영 달구벌문화연구소장은 지난 2005년 행정자치부에서 발표한 참여정부 지방분권 수준 지수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지방분권 수준 지수는 조직인사, 사무배분, 재정의 3대 분야별로 국가 전체와 부처별 총 39개를 개발해 조사해야 하는데 이 중 정부가 유리한 27개만을 측정해 발표했다는 것. 그나마도 지수가 참여정부 출범 전인 2002년말 56.3%에서 2005년 9월말 현재 58.8%로 불과 2.5%포인트만 상승했다.

◆로드맵 혼선=2003년 출범한 참여정부는 지방분권추진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2007년까지를 목표로 한 7대 기본방향과 36대 주요과제를 제시했다.

이어 2005년 지방분권 5개년 종합실행계획이 발표되면서 2008년까지 추진일정이 1년 연장되고 주요과제 수도 36개에서 47개로 늘어났다. 지방분권추진 로드맵과 추진시기를 고무줄처럼 늘였다 줄였다 하면서 일선 지자체들에 혼선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대목이다.

로드맵의 혼선은 지방분권 운동에 그대로 투영됐다. 참여정부 초기에 적극적으로 분권운동에 몰두했던 인사들이 스스로 관련 위원회를 떠나 한때 공백이 생겼을 정도였다. 물러난 인사들은 "참여정부의 정부혁신과 지방분권을 평가해볼 때 투하된 노력에 비해 추진 성과는 취약하며, 추진계획(로드맵)만 근사하지 추동력이 없다."고 한목소리로 정부를 비판했다.

위원회의 공백은 분권의 근본 취지가 왜곡되는 결과를 낳았다. 지방 살리기라는 대명제보다는 국지적인 개혁활동이 분권의 전부인 양 추진된 것이다.

◆대안은?=꺼져가는 지방분권의 불빛을 살릴 수 있는 길은 없는 것일까?

조진형 지방분권국민운동 상임의장은 21일 "분권 추진 속도가 현저히 떨어지고 있는 원인 규명을 위해 총체적이고도 체계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방에서 민관이 함께 참여하는 분권포럼(가칭)을 만들어 분권 현안을 논의해야 한다."며 "특히 분권의 지휘부격인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나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위상을 제고해 제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명흠 부산분권혁신본부 정책위원장은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직접 나서서 지방분권을 챙기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지방분권 일괄법이나 관련법을 접수·심의할 수 있는 전담기구 설치와 행정부-국회 간 지방분권협력 체제 구축도 주문했다.

참여정부가 지방분권 정책을 다시 추진하고, 분권운동 또한 강력하게 재개돼야 대수도론을 잠재울 수 있다는 지적들이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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