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수 기자의 니 하오! 중국] (26)8영8치(八榮八恥)

입력 2006-06-20 09:42:41

지금 중국에선 '도덕 재무장 운동'이 맹렬하게 전개되고 있다.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지난 3월 열린 전국인민대의원대회에서 제시한 '8영8치'(八榮八恥·8가지 영광과 8가지 수치)라는 '사회주의 영욕관'이 그것이다.

그후 3개월여 만에 이 '8영8치'는 곧바로 '국민교육헌장'처럼 전 중국인이 외우고 실천해야 할 생활수칙으로 자리잡았다.

당원은 물론, 전 중국인들이 반드시 외우고 실천해야 할 과제로 인식되면서 각급 학교 학생들은 노래로 만들어 배우고 있다. 심지어 국유기업 직원들은 물론 택시기사들까지 이를 암송하고 있어야 한다. 중국 전역 어느 도시에서나 거리 곳곳에는 '8영8치'가 내걸려 있다.

'조국을 사랑하고 법을 준수하고 근면 성실하게 일하는 것'은 이제 중국인들의 일상 생활규범으로 정착돼가고 있다.

20세기 초반 루쉰(魯迅)이 '아Q정전'을 통해 중국인의 민족성을 바꾸려고 했던 이래 근 100년 만의 대대적인 국민정신 개조운동인 셈이다. 당시 일본에서 의과대학에 다니던 루쉰은 영화를 통해 '러시아를 위해 스파이노릇을 했다는 이유로 일본군에 의해 처형당하는 중국인을 보고도 구경만 하고 있는 동포들의 모습'을 보고 "중국인의 정신을 변화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하다."며 의대를 그만두고 소설을 통해 '민족혼'의 각성을 꾀했다.

후 주석이 '8영8치'를 강조하고 나선 것은 루쉰의 그것을 연상시킨다. 개혁개방 이후 고속 경제성장에 따라 심화하는 사회적 불평등과 개인주의적 사회현상을 타파하고 중화민족주의를 고취시키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국가최고지도자가 국민교육헌장'을 무작정 강요하고 나선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관료주의적 발상이자 사회주의적 획일주의'라는 냉소적인 반응도 적지 않다. 중국이기 때문에 가능한 발상이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

얼마전 저쟝성(浙江省) 교통국이 제시한 교통공무원들의 복장규범이 차라리 현실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윗옷을 벗은 채 일하지 않고 근무시간에 자녀와 놀지않기라든가 여성 공무원은 등이 드러나거나 신체를 과도하게 노출하는 옷을 입어서는 안된다." 는 등의 복장근무지침이 그것이다.

본격적인 여름으로 접어든 요즘, 윗옷을 벗고 웃통을 드러낸 채 일을 하는 모습은 중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 중 하나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시당국이 단속과 캠페인활동을 통해 많이 개선되었다지만 기온이 섭씨 40도에 육박한 지난 18일 '웃통벗은 베이징'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하긴 중국에서 겪게 되는 불편한 일들이 한두 가지인가. 차례지켜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다가는 새치기당하기 일쑤다. 중국인들은 버스나 지하철에서 큰 소리로 휴대폰 통화를 하면서도 미안해하지 않는다.

거창한 '8영8치'운동보다는 남을 배려하는 공중도덕을 갖추자는 문화캠페인이 지금 중국에서는 더 절실하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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