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태극전사들이 속속 승전보을 전하고 선전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즐거워 하는 만큼 이들 전사들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정작 '재미보는' 사람들은 따로 있다. 월드컵 거리응원을 마켓팅과 캠페인 기회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이들이 그 주인공.
지난 13일 한국의 첫 경기인 토고전이 열린 대구 범어네거리 거리 응원장 인근 상가 간판들은 밤을 잊어버렸다. 고공 행진을 거듭하는 기름값 여파로 너도 나도 에너지 절약에 나서는 분위기와는 전혀 딴 판이었던 것.
부근 한 병원 관계자는 "범어네거리에 많은 인파가 모여 간판만 켜 놓아도 엄청난 광고효과를 본 것 같다."며 "전기료 몇 푼 더 들여서 전기료의 수백배 효과를 거둬들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날 이 거리에는 대다수 건물이 불을 밤새 환히 켜놓고 있었다.
계명대 이시훈(40)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전 국민적 이벤트인 월드컵에서 노출된 광고는 인지효과를 높이는데 있어서는 다른 어떤 광고보다 탁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행정기관도 월드컵을 홍보에 이용하고 있다. 거리 응원전을 이용한 보건복지부의 금연 캠페인이 그것.
19일 프랑스전으로 거리응원전이 열린 대구 월드컵경기장에선 이소룡, 람보, 툼레이더의 여주인공 라라 캐릭터를 재연한 모델들이 등장해 응원참가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소룡은 쌍절곤, 람보는 장총, 라라는 쌍권총 등 그들 손에는 담배를 형상화해 만든 각자의 대표 무기가 들려 있었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보건복지부 권기철 사무관은 "월드컵을 맞아 금연 홍보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거리응원 장소를 택하게 됐다."고 홍보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행사 지원에 나선 대구 수성구보건소는 "금연캠페인을 여러번 해봤지만 이날만큼 사람들이 많이 모인적은 처음"이라고 좋아했다.
대구 수성구보건소 한정화(53·여) 건강증진 담당은 "통상적으로 행정기관이 캠페인에 나서면 기껐해야 수십 명이 모이는 데 그쳤으나 이날 행사엔 무려 4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금연 캠프를 찾았다."고 놀라와했다.
그는 또 "금연은 의미부여가 중요한데, 월드컵이라는 것이 금연의 시발점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선수들도 건강하게 뛰는데 나도 금연으로 더 건강한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갖도록 하는 효과도 노렸다."고 덧붙였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행사성과가 좋자 24일 한국과 스위스전 때는 대전에서 똑같은 행사를 개최키로 했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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