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조기유학이 유행하고 있지만 이전에 장기유학이라고 하면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 더 많은 공부를 하기 위해 가는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필자가 장기간 북경에 거주하면서 관찰한 결과, 장기유학도 여러 연령층으로 다양화되어 가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첫 번째는 학부모의 교육열에 밀려온 초·중·고 장기유학생이고, 두 번째는 고등학교 졸업 후 대륙에서 자신이 설 곳을 개척하고자 떠나온 대학초년생 장기유학생, 세 번째가 석/박사 코스를 밟기 위해 오는 대학원생 장기유학생이다.
앞의 두 경우와는 좀 차이가 있겠지만, 필자가 직접 경험한 석/박사 장기유학생 생활을 중심으로 중국유학에 대해 소개한다. 중국유학의 루트는 다양하지만 우선 베이징이나 상하이의 유명 대학에 진학하고자 한다면 사전 조사와 전공 분야 공부가 필수다. 북경대의 경우 어학실력에 대한 요구기준이 높은 것은 물론 전공 지식이 부족할 경우, 요행히 입학을 하게 된다 해도 1년 정도 기초과목 이수를 한 후 재심사를 하기도 한다. 한국의 과도한 학과 공부를 피해 중국으로 간다는 생각은 아예 하지도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자기가 어떤 공부를 할 것인지를 확실하게 결정하고, 이 공부가 앞으로 10년, 20년 후엔 어떤 비전이 있는지를 따져보고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기유학생에게 가장 힘든 것은 수시로 찾아드는 회의감과 타성에 젖으려 하는 자신과의 전쟁이다. 중국은 모든 것이 빨리빨리 돌아가는 우리나라와 달리 마치 모든 시계가 매 시간 15분 더 늦게 돌아가는 느낌마저 들 정도로 나른한 분위기가 있다. 때문에 아무도 간섭하지 않는 유학생활에 그런 나른한 분위기까지 섞이면 유학기간은 한없이 길어질 수 있다. 두 번째로 고려해야 할 것은 경제적인 부분이다. 중국이 물가가 싸다고들 하는데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 매달 들어가는 생활비는 한국과 거의 같다고 할 수 있다.
여러 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중국 유학이 주는 매력은 먼저, 다양한 국가의 유학생들과 함께 어울려 공부하는 재미를 꼽을 수 있다. 필자의 경우 7년 간의 유학 기간 동안 8명의 룸메이트를 겪었는데 3명의 일본인, 체코, 불가리아, 베네주엘라 룸메이트들과 살면서 그들의 언어와 새로운 문화를 접할 수 있어 좋았다.
중국유학을 하려는 이들에게 몇 가지 권고를 한다면 검소한 생활능력과 튼튼한 학문적 실력을 갖추라는 것이다. 중국인과 진정한 친구가 되고 싶다면 아침 7시에 눈을 비비며 학생식당에서 그들과 함께 죽을 먹고, 한국 돈으로 20원 더 싼 비누를 사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먼 상점까지 찾아가는 노력을 기울여 봐야 한다. 중국의 대학생들은 우리보다 더 높은 경쟁을 뚫고 뽑힌 중국을 이끌 미래의 주역들이다. 이들의 눈에 돈으로 치장한 외국인이 되고 싶은가 아니면 성실과 실력으로 인정받는 친구가 되고 싶은가?
김남현(북경대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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