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이상한 도둑이 나타났었다는 소문이 며칠 전부터 아이들 사이를 헤집고 다녔습니다. 도둑은, 교장실이나 교무실의 값비싼 물건에는 손도 대지 않고, 한 시간이나 일찍 등교하여 당번 활동을 하던 6학년 누나를 화장실로 끌고 가 그 누나가 가슴속에 고이 간직하고 있던 무지개를 강제로 빼앗고는 유유히 사라졌다고 합니다. 이 소문은 수십 갈래의 온갖 수상쩍은 꼬리를 달고 유령처럼 학교 구석구석을 떠다니며, 아이들의 발목을 걸어 넘어뜨리기도 하였습니다.
"학교에 오가는 길에서 낯선 아저씨가 따라가자고 하면?"
"절대로 따라 가면 안돼요!!"
"아이스크림을 사주겠다고 해도?"
"그래도 따라가면 안돼요!!"
"그래요, 낯선 사람을 믿고 따르면 큰 일 납니다. 알았지요?"
"네에에―"
아침마다 똑 같이 되풀이 되는 선생님의 당부 말씀에, 우리는 또 똑 같은 대답을 못자리 논의 개구리 떼 울 듯 되풀이 하며 오늘도 하루 일과를 시작했습니다.
첫째 시간은 도덕 시간이었습니다. 선생님은 오늘 배울 단원의 제목 '12. 아름다운 믿음'을 칠판에다 큰 글씨로 쓰시고는 반장인 현지에게 읽어 보라고 하셨습니다.
"…알프레드의 눈에서 갑자기 눈물이 흘렀습니다. 그 낯선 아저씨가 자기의 마음을 믿고 끝까지 약속을 지켜준 데 대해 너무나 고마웠기 때문입니다. 이제 새로운 생활을 하게 된 알프레드는 그 낯선 아저씨가 자기를 믿어 주었듯이,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을 베풀고 믿음을 주며 살아가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현지가 책 읽기를 끝내자 선생님은 칠판에다 '人'자를 쓰셨습니다.
"자, 이리 보세요. 이게 한자로 사람을 뜻하는 '인'자입니다. 두 개의 막대기를 따로따로 세우면 금방 넘어지지만, 이 글자의 모양처럼 기대어 세우면 넘어지지 않습니다. 이처럼 사람은 서로 믿고 의지해야 살아갈 수 있습니다. 서로 믿지 못하면…"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면서 우리들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렸습니다. 아까부터 유리창 너머로 교실 안을 들여다보던 앞뜰의 나무들도 수런수런 잎사귀들을 흔들어대고, 그 나뭇가지에 앉아 놀던 참새들도 선생님의 말씀이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뭐라 뭐라 쫑알거리며 꽁지를 깐당깐당 흔들어댔습니다.
김동국(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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