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야, 아직도 앞산에서는 뻐꾹새가 우는구나.
지난 번에 뻐꾹새 이야기를 했는데 그와 비슷한 이야기가 또 있단다. 마치 서양의 '신데렐라 공주' 이야기와 우리나라의 '콩쥐 팥쥐' 이야기가 비슷하듯이…….
역시 옛날 어느 곳에 부모님을 일찍 여읜 형제가 힘들게 살아가고 있었단다. 형은 돌림병 끝에 눈이 멀어 앞을 볼 수 없었고, 동생은 몸이 몹시 약했지. 하는 수 없이 형은 집에 있고 동생이 먹을 것을 구해 왔단다.
마침 그 해는 흉년이 들어서 먹을 것 구하기가 몹시 어려웠대.
동생은 이곳저곳을 헤매다가 마를 캐기로 하였지. 가뭄이 들어서 땅이 딱딱하게 굳어 마를 캐기에 몹시 힘들었지. 그리고 마도 제대로 자라지 않았고……. 그래도 동생은 골짜기를 헤매며 있는 힘을 다해 마를 캤단다.
아무리 캐도 그 양은 넉넉하지 못했지. 그래서 동생은 그 날 캔 마를 몽땅 형에게 주고 자기는 굶었단다. 그런데도 형은 자기에게 조금만 주는 줄 알았지.
"넌 왜 먹지 않니?"
"응, 배가 불러."
"그래? 그렇다면 몸도 튼튼하고 팔도 굵겠지. 어디 팔을 한번 만져 보자."
그러자 동생은 가느다란 팔을 내밀면 형이 걱정할까 봐 얼른 다리를 내밀었단다. 그랬더니 형은 '이 놈 봐라. 정말 저만 많이 먹어 이렇게 팔이 굵었네. 이 나쁜 놈!' 하면서 동생의 목을 누르고 말았단다.
한참이 지나도 동생이 꼼짝하지 않자 형은 더듬더듬 동생을 만져보았지.
'아니, 내가 욕심을 부려 그만……. 아아!'
형은 엉엉 울었지. 그러다가 그만 형도 숨을 거두고 말았대.
그 후, 두 형제는 뻐꾸기가 되었는데 형뻐꾸기는 '포복포복'하며 운다는구나. 왜냐 하면 마를 많이 캐서 동생을 배부르게 해주겠다며 '배부를 포(飽)', '배 복(腹)'을 써서 '포복포복'이라는 구나.
아마도 이 이야기를 듣고나면 '뻐꾹뻐꾹'하고 들리던 소리가 '포복포복'하고 들릴지도 모르겠구나. 이와 같이 뻐꾹새 소리는 지방에 따라 호또호또, 포곡포곡으로 들리기도 한단다. '포곡'은 '뿌릴 포(布)', '곡식 곡(穀)'으로 보아 이 새가 울 무렵에 얼른 씨앗을 뿌리라는 소리라고 보았기 때문이지.
뻐꾸기라는 이름도 일본에서는 '칵고오(郭公)'라고 하고, 영국에서는 '쿡쿠(Cuckoo)', 프랑스에서는 '쿠쿠(Coucou)', 독일에서는 '쿡쿡쿠(Kuckkuck)', 러시아에서는 쿠쿠슈카(Kukushuka)'라고 부르는 것처럼 소리도 각각 다르게 듣고 있는 것이지. 같은 새소리라 하더라도 지방이나 나라의 문화에 따라 이처럼 다르게 들리는 법이란다. 모두 자신이 듣고 싶은 대로 들리는 것이라고 해야겠지.
심후섭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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