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결과를 이끌어냈다. 1대 1 무승부.
축구팬으로서 오늘 새벽 펼쳐진 한국-프랑스전에서 그 누구도 응원하지 않았다. 양팀 모두 멋진 승부를 펼쳐보이기만을 기대했다.
필자는 프랑스 축구에 애정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 애정이라는 것이 좋은 쪽만은 아니다. 브라질 축구 광팬으로서 지단, 앙리, 트레제게, 조르카에프 등을 앞세워 1998년 프랑스월드컵 이후 4년 간 보인 프랑스의 '아트 사커'는 사실 좋게만 보이지 않았다. 호적수인 브라질과 기량면에서 너무 큰 차이를 보였기 때문이다. 브라질은 상대적으로 너무 강력했다.
하지만 축구팬으로서 프랑스에 미운정이라도 들었던 것일까.
언제부터인가 지단의 화려한 플레이가 전설이 되기 시작하자, 강력했던 '아트사커' 함대가 무력한 불발탄을 쏘아대자 그렇게 미웠던 프랑스의 옛 축구가 그리워졌다. 축구팬이라면 알 것이다. 한때 죽어라 미워했던 팀, 선수도 세월이 훌쩍 지나 만나면 당시의 소중한 추억이 가슴에 크게 와 닿는다.
지난 1990년대 영원한 라이벌인 일본의 간판스타 미우라 카즈와 이하라, 키타자와도 이제는 우리 축구팬들의 기억 속에서 미움이 아닌 추억으로 간직되고 있잖은가.
프랑스 축구는 필자에게 그러한 존재다. 그리고 오늘 프랑스와 한국이 한판 경기를 펼쳤다. 16강 진출 여부를 떠나, 경기 결과를 떠나 두 팀이 훌륭한 명승부를 펼쳐주었으면 하고 개인적으로 바랐고 그 바람은 이루어졌다.
양팀은 그라운드에서 모든 힘을 발산했다. 지단의 다소 무기력한 움직임, 과거에 비해 무뎌진 프랑스 공격진의 정교한 플레이가 아쉬웠지만 치고 받는 명승부가 펼쳐졌다.
결과도 사이좋게 한 골씩을 나눠가졌고 한국으로서는 16강 진출이 유력해졌다. 프랑스는 16강을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하지만 필자는 결과에 개의치 않는다. 프랑스가 16강에 탈락하든 한국이 16강에 진출하든 그건 중요한 점이 아니다. 단지 내가 좋아하고 내가 그리워하는 팀들이 결과를 떠나서 열심히 힘차게 부딪히며 선전하길 기대할 뿐이다.
언제나 멋진 경기를 보여준 프랑스 선수들에게 감사한다.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한번 전 세계를 호령하던 그 강력한 프랑스 대표팀이 '예술'을 회복하길 바란다.
이수열(대학생·한 눈에 축구의 전략을 읽는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