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수성가, 서문시장 최연소 사장 황윤씨

입력 2006-06-17 09: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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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열심히 일하고 알뜰살뜰 모았을 뿐 특별한 노하우는 없어요."

서른두 살의 황윤 씨. 그는 대구 서문시장 최연소 사장이다. 지난 3월 서문시장 1지구 지하상가 내에 10평 남짓한 신혼주방용품 가게 '결혼이야기'를 열었다. 시장에서 점원으로 일한 지 10년 2개월째. 그동안 모은 돈 5천여만 원 외에 3천만 원은 은행에서 빌렸다.

황 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동아백화점, 대구백화점 등 유통업체에서 1년 6개월 정도 일했다. 그러다 친구의 소개로 서문시장에서 결혼·제수용품을 파는 지하상가 가게에서 일을 하게 됐다.

처음엔 순탄치 않았다. 일이라곤 짐 자전거를 이용, 배달을 해야하는 게 대부분. 너무 많이 실어 넘어져 그릇을 깬 적도 많았다. 비틀비틀 곡예운전으로 위험한 순간도 많았다. 특히 겨울엔 길이 얼어 지옥길과 같은 힘들고 고통스러운 배달이었다. 그럴 때마다 그는 '묵묵히 한 길만 걸어보자.'고 스스로 다짐했다.

100만 원 남짓한 월급으로 살아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한 푼이라도 더 저축하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며 차비를 아꼈다. 자린고비라는 싫지 않은 말을 들어가며 필요없다고 생각하는 곳엔 일절 돈을 쓰지 않았다. 그렇게 5, 6년간 모은 돈은 결혼자금으로 썼다. 지금은 어엿한 1남1녀의 가장이다.

황 씨를 10년간 데리고 있던 '고령상회' 황정순(49·여) 씨는 구수한 사투리로 "요새 젊은 사람치고 이래 여물고 단단한 청년은 없을기라."며 "어찌나 성실한지 오히려 나이 든 사람이 배울 게 많다니까."라고 귀띔했다.

10년간 목재 제수용품을 주로 취급해 '황 목기'라는 별명을 가진 그는 "한때는 다른 직장을 구하기 위해 많이 알아봤는데 결국 이 길이 내 길이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왔다."며 "10년간 보살펴주신 고령상회 사장님 부부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0년간 나름대로 사업 노하우도 익혔다. 손님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깨달은 게 제일 큰 소득이다. 나름대로 손님을 대하는 원칙도 세웠다. 첫째는 친절과 싼 가격, 둘째는 손님을 웃게 하고 또다시 찾도록 여운을 남겨주는 것. 이 두 가지 원칙을 지켜나가자 이젠 제법 단골손님까지 생겼다.

황 씨는 둘째, 넷째 일요일을 제외하곤 오전 8시 출근해 오후 7시 30분까지 12시간가량 자신의 가게를 지킨다. "직접 가게를 운영하다보니 혹시나 매출이 떨어질까 잠이 오질 않습니다."라는 그는 "지난달엔 결혼식이 많아 그럭저럭 흑자를 유지했지만 여름 비수기가 당장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황 씨의 꿈은 소박하다. 장사를 잘해서 지금은 10평 남짓한 가게를 20∼30평으로 확장하는 것. '한 우물만 파자'를 좌우명처럼 여기는 그는 "대학교는 구경하지도 못했다."며 "여유가 조금 생기면 대학이란 곳도 가보고 싶다."고 작은 소망을 밝혔다.

현재 그는 서문시장 내 30대 중·후반층으로 구성된 상가청년회 지하층 이사까지 맡고 있다. 서문시장 상가연합회에서 추천한 최연소사장으로 6천여 점포 주인 중 가장 젊고 패기만만한 자수성가형 성공모델로 평가받기도 했다.

"젊은이에겐 포기하지 않는 열정과 자신의 꿈을 조금씩 이뤄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행복이 제일 중요합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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