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모의 고고학 여행(1, 2권)/김병모 지음/ 고래실 펴냄
서울대 고고인류학과를 졸업하고 로마 국제문화재보존복구센터와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수학하고 학위를 받은 김병모 한양대 명예교수가 월간조선에 연재했던 '김병모의 고고학여행'을 두 권의 책에 담았다.
이 책은 한국 고대사에 감추어진 의문들과 한민족 구성 과정을 파헤치는 30년의 여정(旅程)을 이야기한 장편의 다큐멘터리이다. 남아시아 원주민들의 고인돌과 벼농사 문화와 한반도 남쪽의 한(韓)문화와의 관계를 고고학과 인류학적으로 비교하는 장대한 스케일의 문화 에세이이다.
또한 유라시아 대륙의 오지에서 만난 토착 민속품들은 한국 고대사의 주인공들이 썼던 금관과 허리띠 디자인의 비밀을 풀어주는 열쇠 노릇을 한다는 것을 밝혀낸다. 게다가 카자흐 유목민과의 대화에서 한국어의 '사랑'이라는 말의 뜻도 알아내는 등 흥미진진한 탐사 이야기가 전개된다.
저자는 답사를 다니며 백 번 이상 비행기를 탔다고 한다. 훌륭한 여객기도 있었지만, 40년 이상 노후된 프로펠라 비행기와 헬리콥터도 있었으며, 도버해협과 현해탄의 파도를 페리로 건너다닌 것만도 수십 번이었다.
여행 중에는 고독하고 피곤해서 후회스러울 때도 있었지만 집에 돌아오면 다시 지도를 꺼내놓고 다음 행선지를 연구했다고 서술하고 있다. 이 책은 특히 고고학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민속학·유전학적 분석을 통해 본 한국인과 한국문화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여행에서 얻는 즐거움을 고스란히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한다. 먼저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이 눈 앞의 현실로 나타났을 때 느끼는 벅찬 감동을 말한다. 세계 고대문명의 요람인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인더스 문명의 고향인 모헨조다로, 중국 황하문명의 중심지들을 방문한 현장에서 느낀 기쁨을 전한다.
그리고 페르시아 전투의 현장과 알렉산더의 동방원정 마지막 전투지인 탁실라, 한니발의 카르타고에서 느낀 감동과 아쉬움들을 생생하게 기술했다. 저자는 또 현지 원주민들과의 만남에서 받는 문화충격과 그들의 음식을 맛보면서 느끼는 즐거움도 전한다.
우리가 자라온 환경과 경험한 역사와는 다른 배경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생활방식이나 사고의 차이를 접할 때 전달되는 신선하고 경이로운 느낌. 처음 먹어보는 음식 재료에 듣도 보도 못한 향신료들이 미각을 자극할 때 경험하는 엑스터시 같은 느낌도 소개한다.
고고학자의 여행에서 만나는 지구인들의 생활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이색적이다. 문명인의 시각으로는 덜 세련되고 불편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각 지역 원주민들의 생활은 나름대로 그럴 만한 이유가 있고 그렇게 살아야 하는 전통이 있다.
이 책은 그래서 한국 문화를 유라시아적인 시각으로 조감하는 시도이고, 한 인문학자가 보는 세계 속의 한국인 그리고 한국 미래에 대한 지성인의 경고이기도 하다. 저자는 "글로벌 시대에 살아갈 차세대 한국인들에게 소중한 문화 지침서가 되어 줄 것"이라 자신한다. 조향래기자 bulsajo@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