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양구·김병수·한재각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과학계에 큰 파문을 일으킨 황우석 사태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히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12일 황우석 교수를 사기, 횡령, 생명윤리법 위반 혐의, 김선종 연구원을 업무 방해와 증거인멸 교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며 다섯달 동안 진행해 온 수사를 종결했다.
그러면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로 황우석 사태는 일단락된 것인가? 이에 대해 저자들은 반론을 제기하며 황우석 교수 개인이 정부, 언론, 과학계를 비롯해 국민과 전 세계를 대상으로 벌인 사기 사건으로 황우석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을 부정한다. 대신 황우석 사태에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한국사회 여러 모순들이 집약돼 있다고 말한다. 정치권, 정부, 언론, 재계, 의학계, 과학계의 권력층이 황우석 교수와 여러 형태의 이해 관계를 맺으면서 형성된 소위 '과학기술동맹'이 황우석 사태를 배태시키고 심화시켰다는 주장이다.
저자들에 따르면 차세대 성장동력산업을 창출하기 위해 생명공학산업 및 의료산업화정책에 큰 관심을 쏟은 노무현 정부에게 황우석 교수는 정책 추진의 명분이자 그에 따른 성과의 상징으로 필요한 존재였다. 정치권 여러 인사들은 황우석 교수 후광을 얻기 위해 친분을 과시했으며 언론 역시 국민적 영웅을 보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황우석 교수를 필요로 했다. 재계는 황우석 교수가 생명공학산업 분야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아끼지 않았다. 의학·과학계 역시 황우석 교수에게 각종 지원이 쏠리고 있는 것에 불만을 가지면서도 전체 파이가 커졌다는 점에서 환영의 뜻을 보냈다.
황우석 교수 논문 조작 의혹이 제기될 때 많은 사람들은 많은 교수, 박사들의 눈을 피해 어떻게 논문이 조작될 수 있으며 오랫 동안 논문 조작 사실을 숨기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해 의문을 가졌다. 자연히 황우석 교수 연구를 평가한 과학자, 연구를 지원한 정부, 연구 성과를 보도한 언론에게 국민들의 시선이 집중됐고 저자들은 그들에게서 '침묵의 동맹'을 발견했다.
또 2005년 '사이언스'에 논문이 발표된 이후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확산된 열광은 전체주의적 성격을 띠며 황우석 교수에 대한 어떤 비판도 용납하지 않았으며 논문 조작이 밝혀진 이후에도 열광은 사라지지 않고 있어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는 것.
저자들은 황우석 사태를 통해 책임 있는 자가 침묵했을 때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열광하는 자가 성찰하지 않을 때 어떤 비극이 빚어지는지를 강조하며 황우석 사태를 빚어낸 '침묵의 동맹'에 대한 책임 규명과 비합리적 열광에 빠졌던 한국사회에 깊은 성찰을 호소하고 있다. 1만 3천 원.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