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후지쓰배는 모 아니면 도(?)'

입력 2006-06-16 11:50:02

지난 3일 제19회 후지쓰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8강전이 끝난 뒤 이세돌 9단과 후지쓰배에 얽힌 흥미로운 사실이 공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이날 이창호 9단을 상대로 화끈한 전투력을 과시하며 4강에 오른 이세돌 9단이 그 동안 후지쓰배에서 보인 성적은 그야말로 '모 아니면 도'.

2001년 제14회 후지쓰배에 처음 출전했던 이9단은 대만의 1인자 저우쥔신을 만나 1회전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이듬 해에는 린하이펑을 꺾은 뒤 1년 만에 재회한 저우쥔신에게 설욕하는 한편 이창호와 유창혁을 연파하고 당당히 우승했다.

당시 이세돌은 '4강에서 이창호를 이기고 결승에 오른 자는 우승하지 못한다'라는 '이창호의 저주'를 끊은 첫 인물로 주목받기도 했다.

2003년에는 하네 나오키와 요다 노리모토, 송태곤을 누르고 2연패에 성공했으나, 2004년에는 시드를 받아 출전한 16강 첫 판에서 질긴 인연의 저우쥔신에게 또 패해 탈락했다.

심기일전한 2005년에는 요다 노리모토와 위빈, 유창혁을 제친 뒤 결승대국에서 최철한에게 승리, 통산 세 번째 우승컵으로 정상에 복귀했다.

한 마디로 홈런 아니면 삼진의 연속이었다.

이9단 개인적으로도 한 대회에서 3회 이상 우승한 것은 후지쓰배가 유일하다.

이9단 외에 후지쓰배에서 3회 우승한 기사는 조훈현 9단이 있지만, 이9단은 2000년 이후 3회 우승을 '몰아치기'하며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이번 대회에서도 4강에 진출해 통산 단독 4회 우승의 신기록 수립도 가능하다.

이세돌 9단은 8강전이 끝난 뒤 "그 동안 후지쓰배에서는 첫 판 탈락 아니면 우승이었다. 이번 대회에는 4강까지 온 만큼 느낌이 좋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세돌은 "4강전 상대가 박정상이 아닌 저우허양이라는 점이 마음에 든다. 박정상은 이번 4강전이 개인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판이기에 (내가 만났다면)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9단이 박정상의 대국을 두고 개인적으로 중요한 판이라고 말한 것은 박정상이 4강전에서 승리해 결승에 진출할 경우 병역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는 점을 가리킨 듯.

응씨배와 후지쓰배 1,2위자는 관련 법규에 따라 병역혜택을 받게 된다.

박정상의 4강전 상대는 최철한 9단이다. 후지쓰배 4강전은 7월1일 일본에서 벌어진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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