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승리의 땅' 라이프치히로..2연승 간다
다시 결전의 날이 밝아오고 있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과 자랑스러운 23인의 태극전사들은 또 다른 '승리의 땅' 독일 라이프치히로 향한다.
태극호의 진군에는 한 순간의 머뭇거림도 없다. 이미 진군의 나팔이 울렸다.
4천만의 뜨거운 열정을 가슴에 품은 그들 앞에는 지구촌을 뒤흔들 기대와 흥분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끝나지 않은 신화'를 완성하러 지구를 반 바퀴 돌아온 전사들은 새로운 신화를 쓰는 관문 앞에 섰다.
아드보카트호 태극전사들은 19일 오전 4시(이하 한국시간) 옛 동독의 땅 라이프치히 월드컵경기장(젠트랄 슈타디온)에서 '아트사커' 프랑스를 만난다.
지난 13일 독일월드컵 본선 G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아프리카의 난적' 토고에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펼친 감격이 채 가라앉지 않았지만 태극호의 선원들은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출격 준비를 마쳤다.
장장 52년을 기다려온 원정 첫 승이 가져다준 기쁨을 잠시 잊고 세계 최고 수준의 기량을 지닌 '레 블뢰' 군단과 더 이상 뒤돌아볼 수 없는 한판 승부를 눈앞에 두고 있다.
프랑스는 '노쇠한 예술축구'라는 비아냥에도 불구하고 엄연히 G조에서 톱시드를 받은 팀이고 여전히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 후보 가운데 한 팀이다.
1998년 자국에서 열린 프랑스월드컵에 이어 8년 만에 정상 탈환을 노리는 프랑스는 이름값으로는 태극전사들을 압도하기에 충분하다.
현역 은퇴를 선언하며 배수진을 친 '마에스트로' 지네딘 지단을 비롯해 티에리 앙리, 파트리크 비에라, 클로드 마켈렐레, 윌리엄 갈라스, 파비앵 바르테즈 등 선수들의 면면은 투지로 똘똘 뭉친 아드보카트호 전사들과 몸값과 인지도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프랑스는 2001년 5월부터 2002년 5월까지 13개월 간 세계 랭킹 1위를 지켰던 팀이다. 브라질에 수위 자리를 내주고 지금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8위까지 떨어졌지만 1990년대 이후 줄곧 '빅5' 축구 강국에 이름을 올려왔다.
한국축구는 프랑스와 역대전적에서 2전 2패를 당했다. 하지만 두 번의 맞대결에서 내용은 완전히 달랐다.
2001년 5월 대구에서 열린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는 참혹한 0-5 대패를 당했다. 거스 히딩크 감독에게 '오대영 사령탑'이라는 오명을 붙여준 참패였다.
하지만 1년 뒤 2002년 5월 한일월드컵 직전 평가전(수원)에서는 2-3으로 지기는 했지만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당시 프랑스전은 히딩크호에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밑거름을 놓는 계기를 마련했다.
태극전사들은 언제나 그랬듯이 '강자 앞에서 더 강해지는' 불굴의 정신력으로 무장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프랑스는 강하다. 1차전보다 더 좋은 플레이를 펼칠 것이다. 하지만 축구는 항상 0-0에서 시작한다. 모든 이들을 놀라게 할 결과를 만들어 내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태극전사들도 일제히 "프랑스와 해볼만 하다"며 자신감을 충전했다. 토고전 동점골의 주인공 이천수(울산)는 "매우 큰 목표를 갖고 이 자리에 왔다. 상승세는 분명히 우리 쪽에 있다"며 프랑스전을 무승부에서 승리로 바꾼 전략에 '올인'할 것임을 선언했다.
대한축구협회 이영무 기술위원장은 "다급한 프랑스가 초반에 강하게 밀어붙일 것이다. 정신력에서 밀리면 안된다"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아드보카트호는 17일 오후 5시30분 전세기에 몸을 싣는다. 라이프치히 매리어트 호텔에 여장을 풀고 결전의 순간을 기다리게 된다.
모든 준비는 끝났다. 승전가를 부를 일만 남았다.
한국축구는 프랑스를 상대로 원정 2연승과 함께 16강 진출을 일찌감치 확정짓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당초 토고를 잡고 프랑스와 비긴 뒤 마지막 스위스전에서 승부를 건다는 전략은 수정됐다.
프랑스와 스위스가 1차전에서 비긴 만큼 2차전 승리는 필수적이다.
2연승을 올리고 하루 늦은 19일 오후 11시 도르트문트에서 열리는 토고-스위스전에서 무승부가 나오면 곧바로 16강행이 확정된다.
프랑스는 급하다. 프랑스의 하멜른 캠프에는 아드보카트호의 쾰른 캠프 못지않은 긴장감이 흐른다. 첫 경기에서 실망스러운 플레이로 무승부에 그친 뒤 더 이상 한 발 뒤로 물러설 여유가 전혀 없는 상황이다.
아드보카트호의 두 번째 전쟁은 불과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