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부터 유통업계는 월드컵을 기다렸다. 지난해 말부터 경기회복 조짐이 보였지만 뚜렷한 상승 계기를 찾지 못한 상태에서 월드컵은 결코 놓칠 수 없는 호기. 그런데 5월 지방선거와 원유가격 상승, 부동산 경기침체 등으로 월드컵 마케팅은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개막 이후 상황은 급변하기 시작했다. 당초 2002년 월드컵에 비해 어렵지 않겠느냐는 예상을 깨고 일부 월드컵 관련 제품은 품귀현상을 빚을 만큼 인기가 높고, 심지어 작년 대비 10배 이상 매출이 느는 등 유통업체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동아백화점 수성점의 경우, 지난 주 월드컵 상품 매출이 5월 중순에 비해 120% 신장했다. 특히 토고전이 열린 13일엔 아침부터 고객들이 몰리면서 10~12일 사흘간 매출액을 넘는 판매실적을 하루 만에 기록하기도 했다.
식품류도 빼놓을 수 없는 월드컵 특수 상품. 맥주·소주는 지난 주에 비해 25% 이상 늘었고, 청과류 17%, 과자류 20% 신장했다.
◆월드컵 티셔츠 구매는 여성 몫=여성들이 가장 싫어하는 이야기 중 하나가 군대, 축구라는 우스갯 소리가 있었다. 하지만 이도 옛말. 대구백화점 본점 영캐주얼 매장의 경우, 붉은색 티셔츠를 비롯해 월드컵 관련된 커플티셔츠를 구매하는 고객 중 70%가 여성이다. 커플이 온 경우에도 여성의 주도로 상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월드컵 패션으로 당당하게 거리를 나서는 모습도 눈에 띤다. 붉은 티셔츠는 기본으로 각종 두건과 액세서리로 코디한 뒤 삼삼오오 거리를 누빈다.
티셔츠뿐 아니라 여성 정장이나 캐주얼 매장에도 온통 붉은색 물결이다. 이달 들어 붉은색 계통의 의류 매출에 힘입어 커리어 캐주얼, 캐릭터 캐주얼, 영 캐릭터, 유니섹스 캐주얼, 멀티 캐주얼 등의 매출이 20~25% 늘었다.
특히 월드컵 시리즈를 내놓은 오즈세컨이나 붉은악마 공식 응원티를 독점 판매한 마인드브릿지는 매출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마인드브릿지 관계자는 "축구에 대한 여성들의 관심이 놀라울 정도인데다 월드컵 개막 이후 100여벌씩 단체복을 주문하는 경우도 많다."며 "붉은악마 공식 응원티셔츠는 여성 사이즈 물량이 모자랄 정도"라고 말했다.
◆대형 디지털TV '날았다'=독일 월드컵 최대 특수를 누린 상품은 단연 대형 디지털TV. 대백 프라자점의 경우, 5월 매출이 전년 대비 80% 이상 신장했고, 이달 들어서도 35% 이상 높은 신장률을 이어가고 있다. 롯데 역시 5월 매출이 전년 대비 128% 늘었다. 대형 PDP 및 LCD 영상가전이 작년에 비해 절반 가격으로 떨어졌지만 판매량이 급증한 덕분에 매출액도 크게 늘었다. 신규 분양한 아파트 입주, 쌍춘년 혼수품 특수 등도 있지만 월드컵 특수에 크게 못미친다는 것이 관련 업계 분석. 대형 디지털TV 매출은 올초부터 꾸준한 증가세였지만 월드컵에 즈음해 새로 나타난 현상은 40인치 이상 LCD가 PDP를 앞서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마트 대구 5개점의 경우, 작년 같은 기간 LCD TV는 단 1대만 판매됐지만 올해는 이번 주에만 86대가 판매됐다. 같은 기간 PDP는 47대 판매됐다.
◆스포츠 용품 '두 말하면 잔소리'=4강 신화를 이뤘던 2002 월드컵 당시만 해도 그만한 특수를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일찌감치 의류 브랜드마다 붉은 티셔츠를 선두주자로 한 월드컵 상품을 내놓았고,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롯데백화점 스포츠매장의 경우, 작년 대비 매출이 36% 늘었다. 5월 중순부터 더딘 상승세를 보이더니 이달 들어 점차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특히 전체 스포츠 매출에서 월드컵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30% 이상을 차지한다. 월드컵 상품의 가격대가 비교적 낮은 점을 감안할 때 단순 판매 비율로는 50~60%를 차지하는 셈. 붉은색 티셔츠 판매가 급증하고 있지만 2002년과는 사뭇 다른 모습. 당시에는 붉은색이면 무조건 구매하는 현상이 있었던데 비해 올해는 다양한 붉은 응원티를 자신의 취향에 맞춰 코디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이마트의 경우, 스포츠용품 중 특히 축구공, 축구화, 무릎보호대 등의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50~270% 늘었다. 홈플러스 역시 축구용품은 작년 대비 10배 이상, 스포츠 의류는 4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레드가 새로운 키워드로=이번 월드컵은 패션업계에 '레드(Red) 마케팅'을 접목시킨 새로운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대백 닥스 핸드백 매장의 경우, 전통적인 체크무늬에 붉은색이 조화를 이룬 미니핸드백, 크로스백, 보스턴백 등 3가지 라인을 선보였다. 또 란제리 전문브랜드 '보디가드'도 월드컵을 대비해 붉은색 팬티와 브래지어 세트를 내놓았다. 패션 핸드백 전문브랜드 '러브캣'은 진한 붉은색 지갑라인을 선보였으며, 수제화 전문브랜드 '메쎄'도 과감한 붉은색 샌들로 고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삼성전자는 TV 제품 중 처음으로 레드와인 컬러를 접목시킨 '보르도' LCD TV를 내놓은데 이어 센스노트북 '레드카펫'과 붉은색 하우젠 공기청정기, 에어워시 드럼세탁기를 내놓았다. LG전자도 레드 스팀 트롬세탁기에 이어 붉은색을 접목한 휘센 공기청정기를 출시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