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는 연봉'명예보다는 느긋한 삶을 즐기는 직장인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이들을 지칭하는 '다운시프트족'이라는 용어가 나온 지도 이미 오래다. 이 용어는 자동차의 기어를 저속으로 변환한다는 데서 비롯됐으며, 비록 저소득일지라도 여유 있는 직장생활을 즐기면서 삶의 만족을 찾으려는 사람들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소위 '웰빙' 시대를 맞아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드러나고 있는 것 같다.
○…취업 포털 잡코리아가 올해 상반기에 신입사원을 뽑은 중소기업 인사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입사를 확정한 구직자가 출근하지 않아 애먹는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68.4%에 이르렀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중소기업들은 우수한 인력이 오지 않는 것을 탓하기보다 '당근'을 제시하며 적극적으로 인재 흡수에 나서는 형편이다. 심지어 사람 구하기가 판로 확보보다 더 중요한 문제라고도 말할 정도다.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조기 퇴사를 막기 위한 신입사원 챙기기에 팔을 걷어붙이는 실정이라 한다. 외환위기 이후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새로운 세대들은 '묻지마 취직'을 했다가 얼마 가지 않아 그만두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 조사에서 드러났듯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신입사원들이 1년 안에 퇴사하는 경우가 3명 중 1명꼴이나 된다.
○…이런 사정으로 IT기업들은 미래를 이끌어갈 신입사원 '확보와 모시기'에 비상이 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모양이다. 적지 않은 업체들은 외환위기와 함께 사라졌던 공채제도를 부활시켰다. 직계 가족의 의료비를 보장하는 단체보험을 회사가 대신 들어주는 '종합 메디컬 플랜' 등 우량 복지제도나 신입사원에게 선배가 1대 1로 도움을 주는 '멘토링 제도'를 두는 경우도 보편화되는 추세라 한다.
○…아무튼 세상은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이태백' '삼팔선' '사오정' '오륙도' 등의 신조어들이 회자되고, 여전히 그런 고통에서 자유롭지 못한 사회지만 가는 길은 예전과 사뭇 다르지 않은가. 구직자들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높은 연봉을 받는 것보다 취미 시간, 가족과 정을 나눌 수 있는 여유를 선호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직장마저 '헌신짝'이 되는 세상을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는지….
이태수 논설주간 tspoe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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