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응원합니다"…대구 아프리카 사람들

입력 2006-06-13 10:23:02

우리나라가 월드컵 16강 자리를 놓고 첫 상대를 만났다. 아프리카 대륙의 토고 팀.

거리에서는 붉은악마가 으르렁거리고, 동네마다 '대한민국'을 외치는 응원열기가 하늘을 찌를듯하다. 그런데 이 질풍노도의 응원 물결 앞에 도전장을 낸 사람들이 있다. 대구에 사는 아프리카 사람들이 그들.

대구엔 아프리카 사람 찾기 힘들다. 대구시 파악결과, 아프리카 국적으로 대구에 사는 사람은 고작 2명.

"오늘 경기에서 당연히 2대1로 토고팀이 승리할 것이다."

삼겹살과 찜닭을 좋아한다는 래미엘 민타(34·경북대 대학원 재학 중) 씨는 토고팀 승리를 확신했다. 아프리카 가나가 고향인 그는 13일 저녁 토고 팀을 '열렬히' 응원할 계획이라 했다.

"아프리카인이 아프리카 팀을 응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250만 대구 시민의 응원에 혈혈단신 도전장을 낸 것.

영국 프리미어 선수 이름과 등 번호를 일일이 꿸 정도로 축구를 좋아하는 민타 씨. 아프리카 사랑 때문에 대구에서 욕을 얻어먹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지난 4일 열린 한국과 가나의 축구 경기. 모국인 가나가 한국에 3대1로 승리를 거두자 혼자 열광하다 기숙사의 붉은악마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했다. 가나 전에 앞서 열린 세네갈 전때도 마찬가지.

13일 밤 벌어지는 토고 전에서도 '적과의 동침 응원'이 시작된다. 연구실 동료 김만곤(29·경북대 박사과정) 씨와 함께 축구를 시청하기 때문.

김 씨 역시 축구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의 열혈팬. 김 씨는"민타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겠다."며 "둘만의 응원전에서 꼭 자신이 승리할 것"이라 했다.

이에 질세라 민타 씨는 김 씨와 '13일 밤의 결투'를 준비하고 있다. 다음 달 석사과정을 마치고 고향 가나로 돌아가는 민타 씨는 이번 월드컵이 한국에서의 마지막 추억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오~ 필승 코리아!"

경북대 수의학과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에티오피아 유학생 메하리 엔델(29) 씨는 민타 씨와는 달랐다. 그는 검은 피부를 가진 붉은 악마였다.

"지난 세네갈 전때도 태극전사를 응원했습니다."

축구를 좋아하지만 그는 토고를 응원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지리적인 위치 때문만으로 아프리카 국가를 응원할 수는 없다는 것. 그는 지난 2002년 월드컵 때도 붉은 악마였다고 밝혔다.

그는"한국의 도움으로 공부를 계속 할수 있었다."며"응원을 통해 보답하고 싶다."고 솔직한 심정을 드러냈다. '지리적 위치' 보다는 이제는 한국에 대한 사랑이 이젠 더 커졌다는 뜻이다.

"어느 곳보다 한국을 사랑합니다. 음식 중에 김치와 불고기, 상추쌈을 가장 좋아하면 한국인 아닙니까?. 한국 사랑은 앞으로도 변함없을 것이고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팀이 반드시 승리하길 응원할 겁니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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