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월드컵 본선에 자국 대표팀이 진출하지도 못한 중국의 월드컵 열기가 한국 못지 않은 것이 놀랍다. 중국의 열광적인 축구팬을 가르키는 '치우미'(球迷)들은 중국이 본선무대에 진출한 지난 2002년보다 더욱 극성이다.
중국은 CCTV를 통해 월드컵 전 경기를 생중계하고 있다. 또 낮에는 하루 종일 두번, 세번씩 녹화중계해주고 특집방송을 내보내는 등 전 중국이 월드컵 열기로 뜨겁다. 독일 현지에 수십 명의 기자단을 파견한 것은 물론, 신문·잡지 등의 매체들도 본선 진출팀을 상세히 소개하는가 하면 월드컵 보도로 온 지면을 메우고 있다.
날마다 16강 진출팀을 예상하는 각종 월드컵 마케팅이 넘쳐나고 백화점과 이동통신회사들도 월드컵 마케팅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심지어 새벽 2시 이후 술집과 가라오케 등의 심야영업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는 '오락장소관리조례'마저 월드컵 기간 동안만이라도 해제할 것을 요구하는 일부 '치우미' 때문에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의 치우미들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술집이나 가라오케 등에 모여 월드컵을 즐기는 것이 하나의 월드컵 문화로 자리잡았다.
논란이 전 중국으로 이어지자 광둥성을 통해 해법이 제시됐다. 광둥성은 11일 "술집은 조례에서 규정한 '오락장소'가 아니기 때문에 심야영업 규제를 받지 않는다."고 유권해석했다. 반면 "가라오케와 나이트클럽, 전자오락실 등은 오락장소"라며 엄격하게 단속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아예 '심야 월드컵경기 관람'이라는 대형 플래카드까지 내건 일부 가라오케와 호텔, 술집들은 경기 결과에 따라 맥주를 공짜로 주겠다는 등의 경품을 걸고 '월드컵 치우미'들을 유혹하고 나섰다. 이들 업소 관계자들은 "월드컵 기간 동안은 웬만하면 봐줄 것"이라며 보란 듯이 심야영업 규제를 지키지 않고 있고 당국도 엄포와는 달리 단속하지 않고 있다.
중국이 '관영 언론'까지 동원, 월드컵에 집중하고 전 중국인을 '치우미화'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월드컵의 경제적 효과가 엄청나다는 보고서는 차치하고서라도 중국의 월드컵 열풍에는 다분히 다른 포석이 숨겨져 있는 것 같다.
2010년 이후 중국 개최가 확정된 대규모 국제행사는 없다. 2008 베이징 올림픽과 2010 상하이 세계박람회, 2010 광저우(廣州) 아시안게임 등의 국제행사를 통해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중국으로서는 그 이후의 새로운 계기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중국이 월드컵에 집착하는 것은 결국 2014년 월드컵 개최를 위한 시동으로 봐도 무방하다. 2010 개최지는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결정됐지만 2014년을 둘러싼 각국 간 경쟁은 일찌감치 시작됐다. 남미의 브라질이 유치에 나서자 중국도 이미 2004년부터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중국의 월드컵 열기는 이처럼 2014년 월드컵 유치를 위한 중국의 치밀한 전략과 맞닿아 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