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고민 해결사] TV 너무 많이 보는데…

입력 2006-06-13 07:09:34

문: 고2 엄마입니다. 아들이 평소 공부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TV를 많이 보는 편입니다. 최근에는 월드컵 관련 프로그램 때문에 TV를 보는 시간이 더 길어지고 중3 동생도 마찬가지입니다. TV를 지나치게 좋아하면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는지에 대해 같이 읽고 토론할 수 있는 자료나 조언 부탁합니다.

답: '미디어는 메시지이다.'라는 선언으로 유명한 마샬 맥루한은 '미디어의 이해'라는 책에서 정보 전달 수단을 두 가지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그는 주로 한 가지 감각에만 의존하는 매체를 '핫 미디어(hot media)'로 규정했습니다. 라디오나 영화는 한 가지 감각에만 집중하게 하여 청취자나 관객의 참여도를 떨어뜨리는 대표적인 핫 미디어라고 했습니다. 반면에 신문이나 잡지처럼 여러 감각의 활용을 이끌어내어 상대방으로 하여금 참여도를 높일 수 있게 하는 매체를 '쿨 미디어(cool media)'라고 했습니다.

핫 미디어는 무조건 나쁘고, 쿨 미디어가 항상 더 좋다고 말 할 수는 없습니다. 더구나 오늘날은 대부분 매체가 두 경계를 넘나드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어느 한 쪽으로 분류하기가 어렵습니다. TV는 원래 쿨 미디어로 분류되었지만 오늘날은 핫 미디어적인 요소도 많습니다. 대부분 TV 오락 쇼 프로그램은 거의 모든 장면에서 없어도 되는 자막을 '보여' 주어 '듣고 생각할' 기회를 박탈합니다. 많은 청소년들이 이제는 '자막을 보아야' 따라 웃습니다. 오늘의 TV는 지나치게 시각적인 것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핫 미디어로 분류할 수도 있게 된 것입니다.

맥루한은 인간의 다섯 가지 감각 중에서 '시각'이 지나치게 중시되는 점을 우려했으며 이를 경계하자고 했습니다. 그는 모든 매체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재능의 심리적, 물리적인 확장이라고 했습니다. 바퀴는 발의 확장이고, 책은 눈의 확장이고, 옷은 피부의 확장이고, 전자회로는 중추 신경의 확장이라고 했습니다. 청소년기에는 오감을 균형 있게 사용하여 감성과 지성의 폭과 깊이가 균형 있게 확장되도록 해야 합니다.

아사 직전에 있는 아프리카 난민의 모습을 처음 볼 때는 엄청난 충격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나 비슷한 장면을 계속 보게 되면 감각이 둔해지고 무덤덤해집니다. 폭력과 살인을 다룬 영화를 계속 보게 되면 실제로 일어난 폭력과 살인사건을 별 충격 없이 받아들이게 됩니다. 비슷한 장면을 계속 봄으로써 신선함과 충격이 사라지게 되는 현상을 '이미지 중독'이라 부릅니다. 특히 TV같은 영상 매체가 정보를 조작하고 현실을 왜곡하는 역기능으로 작용할 때 그 폐해는 엄청날 수 있습니다. 과열된 월드컵 열기도 TV의 상업성이 낳은 역기능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모든 예술은 현실을 반영합니다. 진정한 예술가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그리지 않고 예술가 자신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가미하여 보다 나은 현실을 제시하려고 노력합니다. 고전은 우리로 하여금 오늘과 내일의 삶을 위해 진지한 사색을 하게 해 줍니다. 오늘날은 허구의 영상 매체가 실제의 현실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잘못된 이미지를 일방적으로 계속 접하다 보면 이미지 중독이 일어나 허구가 현실의 세계로 자연스럽게 들어오게 됩니다. 청소년 범죄의 증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이미 위험 수위를 넘은 성범죄도 그 근저에는 영상 매체 등을 통한 이미지 중독이 주된 원인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청소년기에는 오감을 두루 사용하여 몸과 마음이 균형 있고 조화롭게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TV는 무수한 순기능적인 측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읽고 생각하는 능력을 배양하는 데는 책보다 못하기 때문에 지적인 발달에 장애가 될 수도 있습니다. 문자 매체를 통한 자기 성찰과 사색이 없는 영상 매체 중독은 건강한 인격 발달에 엄청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윤일현(송원학원진학지도실장 ihny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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