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승자와 패자

입력 2006-06-13 07:30:24

인생은 경기와 같다. 승자가 있으면 패자가 있게 마련이다. 얼마 전에 있었던 지방자치 선거가 그랬고 지금 진행 중인 월드컵도 그럴 것이다. 그런데 인생의 승패는 우연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마음을 갖고 살아가느냐에 의하여 결정되어진다.

'나니아 연대기'의 원작자 루이스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을 경계지, 혹은 그림자의 땅을 뜻하는 '섀도우 랜드'라고 했다. 이 세상은 캄캄한 어둠의 땅이 아니다. 그렇다고 빛만 있는 곳도 아니다. 이곳은 다가오는 영원한 세계로 이동하기 전에 잠깐 머물다 가는 중간지대이다. 좋은 일도 많이 일어나지만 가슴 아픈 일들도 얼마든지 일어난다. 풍파가 불어오지 않는 온실 인생을 산다면 큰 행운이겠지만 그런 삶은 사실 불가능하다.

혹 역경이 오더라도 그것을 잘 극복해서 뜻을 이루는 사람이 바로 지혜로운 사람이라 믿는다. 반면에, 어리석은 자는 인생에 좋은 일만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하고 어려움이 올 것을 전혀 준비하지 않고 살다가 막상 어려움이 닥칠 때 극복하지 못하고 주저앉는 사람이다. 가시와 아픔과 시련은 인생을 사는데 필연적이다.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승리의 삶을 사는 열쇠가 된다.

그런데, 고난을 이겨내는 과정보다도 그 이후에 어떤 자세로 살아가느냐 하는 것이 인생에 있어서 더욱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순간의 성공에 도취되어서 과거의 고난의 때를 잊어버리고 자기밖에 모르는 삶을 산다면 인생의 성공자가 되었을지는 모르지만 승리자가 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얘기를 가끔 들을 때가 있다. "아무개는 돈을 벌기 전에는 참 겸손했는데 부자가 되고 나서는 딴 사람이 되었어!"

남아프리카공화국에는 흑인들이 인구의 80%를 차지한다. 흑인 사회는 대체로 모계 사회이고 다혼제(多婚制: polygamy)이다. 그들의 부모들은, 도시로 나가야 직업을 가질 수 있고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자녀들을 도시로 보낸다. 도시로 떠나는 자녀들을 향해서 어머니가 불러주는 노래가 있는데 간단한 내용이다. "차가 없을 때는 사람이 보이더니 차가 있고 나서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부디 성공해라. 그러나 성공하고 나서 변질되지 말라."는 부모의 마음을 가사에 담은 것이리라. 자동차가 없어서 걸어 다녀야만 했던 그 시절을 잊어버리고, 성공하면 그때부터 부모도, 친구도 몰라보는, 교만한 인간으로 변할 수 있는 것은 지구의 북반구에 살고 있든 남반구에 살고 있든, 백인이든 흑인이든, 누구에게나 해당이 되는, 가슴 깊이 새겨야할 교훈임에 틀림없다.

어제는 볼 일이 있어서 시내로 잠깐 들렀다가 교통이 막혀서 많은 시간이 지체됐다. 차들이 정말 많아졌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다들 성공을 향해 열심히 뛰고 있는가 보다. 성공을 향하여 뛰다가 사람의 근본 도리를 잃어버리지는 않아야 할 터인데 말이다.

이동관 대구수산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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