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지방학교의 성공 "이유 있었네"

입력 2006-06-13 07:43:07

인구 유출에 따른 정원 감소, 우수 학생의 외면으로 인한 경쟁력 부재, 도시 학교와의 심각한 학력 격차…. 오늘날 대부분 지방 고교들이 처한 현실이다. 그러나 이런 위기 속에서도 '선택과 집중'으로 해법을 제시한 '닮은꼴' 학교들이 있다.

▶ 무학고

'졸업생 전원 4년제 대학 합격'. 경산시 하양읍의 대구가톨릭대부설 무학고의 2006학년도 성적표다. 서울대, 연·고대 등 수도권 대학 합격자만 졸업생 280명 가운데 71명이다. "예전에도 시골학교치고는 진학률이 좋은 편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전국적인 명문고로 발돋움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김대성 교감의 말이다. 사교육의 운영 방식에 눈을 돌린 점이 주효했다. 예전의 보충수업식 운영으로는 학생들이 원하는 수업을 하기 힘들다고 보고 2003년 2학기부터 '맞춤형 수준별 보충학습'을 시작했다. 강좌는 교사들이 개설하지만 선택은 학생들의 자유. 같은 수학이라도 '로그반', '함수반', '미·적분반' 식으로 영역별로 세분화하고 다시 수준별로 나눴다. 강좌 수만 50개. 김 교감은 "수강생이 부족하면 폐강되기 때문에 교사들이 수업 준비에 더 철저할 수 밖에 없었고, 덩달아 정규 수업의 질도 올라갔다."고 말했다.

▶ 성주고

2001년 성주농고와 사립 성주고가 통합해 성주고로 문을 열 당시 두 학교는 심각한 정원 미달 사태를 겪고 있었다. 문상필 교감은 "학생들이 대학 진학에 유리한 학교를 찾아 구미, 김천 등지로 줄줄이 떠났다."고 말했다. 2003년 자율학교로 지정된 후 교육 초점을 대학입시에 맞췄다. 기숙사도 새로 지었다. 2학년에 올라가서 실업·인문계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인문계가 절대적이다. 현재 이 학교 전교생 360명 중 실업반은 3학년 4개반 중 1개반(19명)에 불과하다. 200여 명의 기숙사생들은 자율학습을 마치는 밤 10시 30분부터 자정까지 의무적으로 공부를 더 한다. 이 결과 2006년 대입에서 졸업생 119명 중 100여 명이 4년제 대학에 합격할 수 있었다.

▶ 영양여고

고속도로와 철도가 지나지 않는 전형적인 시골학교. 실업반과 인문계반을 동시에 운영하던 5년전 까지만 해도 학생 유치에 혹독한 어려움을 겪었다. 도약의 발판은 과감하게 실업반을 포기하면서 마련됐다. '대학 진학률 높이기'에 올인한 것. 재량 시간을 활용해 국·영·수 과목 시간을 주당 4시간에서 6시간으로 늘렸다. EBS 방송은 의무적으로 보게 했다. 기숙사생들은 밤 12시 30분까지 교실과 교내 독서실에서 공부한다. 주위에 학원이 없는 점을 감안해 학교에서 영·수 야간 특별강의도 열었다. 이런 노력 결과 2006년 대입에서 3학년생 90명 중 78명이 4년제 대학에 입학했다. 오운석 교감은 "사교육의 장점 도입하기를 원하는 학부모들의 요구에 따른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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