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말하는 내 아이 영어 교육] ①영어공부 왜 잘 안될까

입력 2006-06-13 07:59:59

1997년 초등학교에서 3학년부터 영어를 정규 교과로 가르치기 시작한지 올해로 10년이 되었다. 그들이 벌써 고등학교 3학년에 진학했다. 정부에서는 지난 10년 동안의 초등학교 영어 교육이 성공적이라 평가하고 교육 시기를 초등 1, 2학년으로 앞당길 계획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학교 영어 교육의 가장 큰 고민은 초등과 중등 영어 교육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연계할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초등학교 영어교육은 원래 이해 기능을 먼저 기르고 표현능력이 서서히 계발될 수 있도록 배려한다. 그러나 실제 많은 교육 현장에서는 초등 영어 교육을 중등의 연장선상에서 생각해 듣기와 말하기, 읽기와 쓰기의 네 기능을 모두 잘 지도해야 한다는 잘못된 풍토가 퍼져 있다. 이 때문에 초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도시와 농촌 간은 물론 학급 내에서도 영어 부자와 빈자의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중등학교 교사들의 고민은 크게 두 가지다. 초등학교에서 놀이와 흥미 중심으로 배운 학생들이 영어에 대한 흥미를 그대로 유지한 채 실질적인 영어 능력을 신장시켜야 한다는 점, 어릴 때부터 선행학습을 하는 가운데 영어에 대한 자신감을 잃고 패배감에 빠진 학생들의 자존심을 회복해 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처럼 실생활과 유리된 수업의 반복, 부모의 과잉요구에 영합한 실적 중심의 교육 등이 점점 강화되면서 학생들의 자기주도성 상실은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영어 수업을 그저 '머리와 엉덩이'만으로 시간을 떼우기만 하면 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학생도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사회적 차원에서 국제어로서의 영어에 대한 관점을 새롭게 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먼저 우리 학생들이 국제 사회에서 능동적인 한국인으로 활약하기 위해 필요한 영어는 완벽한 미국식 영어가 아니라는 점이다. 원어민뿐만 아니라 아시아와 아프리카, 유럽 등 다양한 민족들과의 교류 과정에서 영어를 통해 언어와 글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계발한다는 보다 광범위한 인식이 필요하다.

이런 관점이 우리 사회의 영어 교육에서 새로운 동인으로 받아들여져야 과잉 과외, 해외 연수, 조기 유학 등을 통한 외화 낭비도 최소화할 수 있다. 학생들 역시 외국어 공부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을 온몸으로 경험하며 영어의 형식과 기능을 터득하는 기쁨을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학부모뿐만 아니라 학교 교사, 학원 강사들도 이런 측면에서 생각과 활동의 방향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구체적으로 제안한다면 첫째, 소집단 협동학습과 전체 학습, 능력별 학습 등 교실과 학생의 실정에 맞춰 학생들의 사회성을 함양하고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이 신장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학생들에게 지나친 정확성을 요구하기보다는 자기 수정의 기회를 넓혀줌으로써 학생들이 자율적인 언어 사용자로 성숙할 수 있는 허용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셋째, 교과서의 내용이 실제 생활과 접목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문제해결능력과 자기주도적 학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초·중등 교사들이 협력하여 교육의 연계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영어 포기자 속출 원인을 진단하고 대안을 공동으로 모색해야 한다. 학부모들도 이런 방향에서 자녀의 영어 학습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대안은 어떠해야 할지 고민한다면 효과가 있을 것이다.

한상호(경주대 교수·전 Korea TESOL 회장)

※이 글은 한국영어교육연구회와 대구작가콜로퀴엄이 진행 중인 영어 특강 내용을 요약, 정리한 것입니다. 특강은 매주 월요일 오후 7시부터 대구 교보문고 10층 강당에서 열립니다. 다음 주(19일)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초등영어교육학 박사인 이윤 한국외대 영어교육과 교수가 '조기 영어 교육과 어머니 영어 지도의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강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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