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EEZ 협상 개막 … 난항

입력 2006-06-12 22:24:47

한국과 일본간 동해 주변 배타적경제수역(EEZ)의 경계를 획정하기 위한 협상이 12∼13일 이틀간의 일정으로 일본 외무성에서 개막됐다.

양국간 EEZ 협상이 열리기는 4차인 2000년 5월 이후 6년만이다.

이번 협상에서 박희권 외교통상부 조약국장이 이끄는 한국 대표단은 쟁점으로 떠오른 동해 EEZ 기점을 울릉도에서 독도로 바꾸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일본의 독도 영유권 침탈 기도에 쐐기를 박기 위한 것으로 우리측 주장이 관철되면 EEZ 경계선은 울릉도와 일본 오키(隱岐)섬의 중간선에서 독도와 오키섬의 중간선으로 변경, 일본 쪽으로 더욱 나가게 된다.

반면 고마쓰 이치로(小松一郞) 외무성 국제법 국장이 이끄는 일본측은 독도가 자국 영토라는 기존 입장 아래 독도를 기점으로 독도와 울릉도의 중간선을 EEZ 경계선으로 획정하자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한국측은 일본의 이러한 제안을 주권 수호차원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일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본측은 1996년부터 2000년까지 4차례 열렸던 EEZ 협상에서 한국측이 울릉도와 오키섬의 중간선을 경계선으로 제시했다가 이번에 바꾼 것은 모순이라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우리측은 과거 협상에서는 일본의 '합리적 태도'를 기대해 그 같은 안을 제시했지만 일본측이 지난 4월 우리 EEZ 수역에서 '수로조사'를 기도하는 등 독도 영유권을 훼손하려는 명백한 의도를 드러낸 만큼 엄정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본측은 상대국이 주장하는 EEZ 안에서 해양과학조사를 실시할 때 '사전통보제'를 도입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우리측은 사전통보는 EEZ 협상의 대상이 아니며 이 협상이 타결되면 자연히 해결되는 사안인 만큼 일고의 가치가 없다며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까지 한국 정부는 EEZ 경계획정 문제가 독도 영유권 분쟁으로 비화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울릉도 기점을 내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 4월 수로탐사를 명목으로 일본이 독도주변에서 '도발'을 기도한 것을 계기로 독도 문제에 관한 '조용한 외교' 기조를 탈피, 독도 영유권을 확실히 밀어붙이기로 방침을 변경했으며 이날 재개된 협상에서 가시화시켰다.

협상 모두에서 우리측 대표인 박 국장은 "한국팀은 내일 토고와 첫 시합을 갖는다. 많은 한국인들은 토고와의 시합에서 한국의 승리를 열망하고 있다"며 독일 월드컵에 빗대어 우리측의 단호한 각오를 밝혔다.

고마쓰 국장은 EEZ 획정과 독도 영유권 문제를 분리시키기로 한 1996년 양국 정상회담 약속을 상기시키며 양국이 의미있는 진전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자고 말했다.

탐색전을 마친 양국 대표단은 13일 이틀째이자 마지막날 협상을 재개, 의견조율을 시도할 예정이다. 하지만 회담장 주변에서는 양국이 '독도 영유권'에 대한 현격한 인식차를 보이고 있는 만큼 이렇다 할 성과를 이끌어내기는 힘들며 차기 협상 일정을 조정하는 수준에서 합의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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